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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임영택의 고전시평] 본질은 일본과 '역사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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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아베의 터무니없는 정책에 대해서 일본의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옹호한다는 사실은 젊은 세대가 왜곡된 역사책으로 학습한 후과일 가능성이 다른 요인보다 높아 보인다. 사진은 평화의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회원들의 토요 집회 장면./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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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대치 국면은 '경제' 외피 쓴 '역사 전쟁'

[더팩트 | 임영택 고전시사평론가] 당태종 이세민이 고구려를 침공하기 전, 수도 장안의 노인들을 초청하여 위로하며 "요동은 옛날 중국의 국토이고, 또한 막리지가 그의 임금을 죽였으므로 내가 직접 가서 그들을 다스리려 한다. 따라서 그대들에게 약속하건대, 나를 따라 종군하는 자손들은 내가 잘 위무할 것이니 근심하지 말라"고 말했다.

영토 전쟁 이전에 역사전쟁을 먼저 일으켜 전쟁의 당위성을 설파하며 부모들에게 자식을 명분 있는 전쟁에 보낼 것을 당부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명분은 당태종을 포함한 중국인이 조작한 역사관이었다. 당태종이 자신들의 국토였다고 말한 요동은 역사 이래 우리 한민족의 뿌리인 고조선의 영토였고, 중국의 강토였던 시기는 매우 짧고 그 영역도 요동의 일부이거나 요동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막리지가 임금을 죽였다는 말은 연개소문이 당나라에 저자세 굴욕 외교로 일관하던 영류왕을 죽이고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정권을 수립한 사건을 말한다. 한 마디로 이세민은 왜곡된 역사관 및 천하관에 기반하고 내정 간섭을 기도하여 고분고분하지 않은 고구려를 정복하고자 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표면화한 한일 대치 국면도 사실 역사전쟁이다. 가깝게는 징용한국 노동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일본이 문제 삼으면서 지금의 국면이 조성되었다. 한국과 일본은 인접국으로서 고대부터 현재까지 계속하여 상호작용을 해왔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는 주로 한반도를 통해 선진문명 및 문물을 받아들여 성장해왔다.

고대의 일본은 한반도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직접 문명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국으로서는 일제 강점기 및 해방 이후에도 활개를 치고 있는 식민사관을 극복해야 되는 과제가 남아있고, 일본도 자국 중심으로 왜곡하여 정립한 사관을 바로잡아야 하는 일이 남아있다. 결국 한국과 일본 모두 역사를 바로잡아야 할 과제가 있지만 그 성격은 판이하다.

한국의 주류 역사관은 타국에 피해를 주는 문제는 없고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기술하여 민족적 자긍심을 회복하면 되지만, 현재 일본의 역사관은 사실을 왜곡하여 파괴적인 성격을 갖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재의 일본 역사관은 언제든지 당태종처럼 타국을 침범할 군국주의와 팽창주의로 변질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의 광복과 일본의 항복 이후에 양국 모두 역사적 청산을 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은 미군정과 손잡은 이승만에 의해, 일본은 미국의 세계 전략 때문에 역사적 청산이 무산되었다. 한국은 반민특위를 구성하여 민족반역자를 단죄하려던 계획을 극우반동주의자인 이승만이 좌절시켰다.

일본의 항복 이후 중국 대륙에서는 마오쩌둥이 주도하는 홍군이 승기를 잡아가고 있었으며 한반도의 북쪽은 김일성이 정권을 장악하자 미국은 공산주의 세력의 확장을 방어하는 기지로 남한과 일본을 설정하게 되었다. 미국은 그들의 세계전략 상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인 일왕 히로히토를 살려두며 역사적 청산은 최소한으로 진행하여 지금까지도 일본의 왜곡된 역사관이 일소되지 않는 결과를 자아냈다.

아베의 터무니없는 정책에 대해서 일본의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옹호한다는 사실은 젊은 세대가 왜곡된 역사책으로 학습한 후과일 가능성이 다른 요인보다 높아 보인다.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역사책의 영향을 받아 우경화되어 있다는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은 일본과는 달리 완벽하지는 않지만 피해국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사죄하고 폴란드와는 공동의 역사서를 발간하기도 한다. 독일은 패전 이후 자체적으로 나치 협력자들을 가차 없이 처단했으나 일본은 미국의 세계 전략 차원에서 미온적으로 과거를 청산하여 양국의 정치 지형 및 주변국과의 관계 설정이 달라졌다.

한국은 이때에 경제적으로 일본을 극복하는 노력을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식민사관을 청산하여 우리의 관점으로 국사를 다시 쓰는 작업을 해야 된다. 당태종이 고구려를 침공하기 전에 요동이 자신들의 땅이라고 우긴 것은 역사인식이 현실에서 물리적 힘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다른 나라와 전면전을 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자립하고 자존감을 드높이려면 식민사관과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일을 시급히 착수해야 된다. 당장의 국면에 매몰되어 숲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일본과 지금의 관계가 해소된다고 해도 일본 내에서 커다란 변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한일은 언제든지 대립할 수 있는데 우선 한국 내부에서 천박하고 왜곡된 역사 인식을 일소하여 역사적 자존감을 회복해야 된다.

또한 독일과 폴란드가 공동의 역사교과서를 발간하듯, 우리도 일본 및 중국과 공동의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을 추진해서 자의로 역사를 왜곡하여 현실에 투영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해야 된다. 지금의 한일 간의 대치 국면은 경제전쟁의 외피를 쓴 역사전쟁이다. 역사전쟁에서 패하여 현실에서도 패자가 되지 않으려면 발밑만 보지 말고 멀리 봐서 식민사관 및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일에 매진해야 된다.

맹자는 "대체로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스스로 업신여긴 뒤에 남들이 그를 업신여기고, 한 집안은 반드시 자신의 집안을 스스로 훼손한 뒤에 남들이 그 집안을 훼손하며, 나라도 반드시 스스로를 공격한 뒤에 남들이 그 국가를 공격한다"고 했다.

the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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