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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가습기 살균제, 軍부대서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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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 "2000~2011년 12곳서 800개 사용"

현재까지 1424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가습기 살균제가 군(軍)부대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군 당국은 가습기 유해성이 알려진 뒤에도 별도의 사용·피해 실태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 참사를 조사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2000~2011년에 걸쳐 육·해·공군 및 국방부 산하 부대와 기관 등 12곳이 애경산업의 '가습기 메이트' 등 가습기 살균제 3종류를 800개 이상 구매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 특조위 측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군 장병 수를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날 발표로 정부에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수가 지금까지 알려진 숫자보다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생겼다. 현재까지 정부에 가습기 살균제로 질병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 구제를 신청한 사람은 총 6505명이다.

특조위에 따르면, 국군수도병원과 국군양주병원은 2000년대 후반 애경산업의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사용했다. 수도병원이 2007년부터 3년간 290개를, 양주병원이 2009년부터 3년간 112개를 각각 구매해 병동에서 사용했다. 공군 기본군사훈련단은 동일 제품을 2008년 10월 390개 구매해 신병 교육대대 생활관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제20사단과 공군 제8전투비행단은 옥시의 '옥시싹싹 뉴 가습기 당번' 제품을 썼다. 20사단은 2000~2002년, 8전투비행단은 2007~2008년에 장병 생활관(내무반)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 20사단에서 복무했다는 김모(39)씨는 특조위 참고인 조사에서 "겨울에 불침번들이 가습기에 가습기 살균제를 조금씩 넣었다"며 "군용마크는 찍혀 있지 않았지만 주기적으로 행정보급관이 중대 생활관에 비치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도 2007~2011년 해군교육사령부·해군사관학교 등에서 총 57개의 가습기 살균제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조위는 "지난달부터 조사에 착수해 군 내 가습기 살균제 사용 및 구매 문서, 군 복무 당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병사들의 진술을 종합해 이 같은 내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날 특조위는 군 생활 중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장병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이모(30)씨는 군 복무 중이던 2010년 1월부터 3월까지 국군양주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됐다. 이후 이씨는 폐 섬유화 진단을 받았고, 2016년 정부에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신고를 해 2017년 폐 손상 4단계 판정을 받았다.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은 "군이 적어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알려진 2011년 이후에는 군대 내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용 실태를 파악하고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병사들의 건강을 조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알려진 뒤 구매를 금지했으며 현재까지 군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전 부대를 대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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