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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태양광 綠綠갈등… 주민 동의 얻은 곳만 사업 허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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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환경부 장관 인터뷰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재(再)자연화'에 대해 "조선시대의 강, 아무것도 없던 순수한 자연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강의 '자연성 회복'이라는 것은 어떤 시점이나 모델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수(利水)·치수(治水)·생태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시대에 맞는 '자연스러운 강'을 회복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환경부 종합상황실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조 장관은 "(4대강 보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획을 세우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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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장관은 '환경과 생명' 편집인, '환경정의'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활발한 환경단체 활동을 펼친 생태근본주의자였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 중에는 "장관이 아닌 개인이었다면 다르게 말하겠지만"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환경운동가로서가 아니라 환경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으로서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견 대립이 첨예한 사안을 이야기할 때에는 '지역 주민의 동의' '국민적 합의' 등을 강조했다. 그는 "18년간 채식주의자였는데 최근에는 고기를 먹는다"고 했다. "근본주의에서 벗어난 것이냐"고 묻자 "건강 문제도 있고…"라며 웃었다.

―금강·영산강의 보에 대해서는 지난 2월 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연말까지 낙동강·한강의 보에 대해서도 처리 방안을 발표하기로 돼 있다.

"보 처리 방안을 제시하려면 충분한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낙동강과 한강의 경우 여러 가지 이유로 보 개방 모니터링을 실시하지 못했다. 모니터링 값 없이 연내에 처리 방안을 제시할 수는 없다.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지자체를 설득하는 동시에 이론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총괄적인 방안을 내놓으려면 1~2년 걸릴 수도 있다는 뜻인가.

"대통령 직속 기관인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출범하면 우리나라 물 관리에 있어서 헌법이나 마찬가지 역할을 하는 '물 관리 기본법'에 따라 계획을 수립하게 되어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4대강에 대해 '어떻게 하자'고 말로만 했던 것을 법에 담는 것이다. 계획을 한다는 것은 시간을 요한다는 것이다. 수자원종합계획, 하천관리계획 등 하위 계획을 다 수립하려면 최소 4년은 걸린다. 그 과정이 충실할수록 올바른 결정이 내려진다고 생각한다."

―태양광 발전을 위해 저수지를 이용하고, 산을 허물고 있어 환경을 해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녹녹(綠綠) 갈등'이 생기고 있어 안타깝다. 지금보다 훨씬 정교한 준비와 협의 등의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적 합의도 필요하다. '계획 입지제'라는 대안을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사업 신청을 받고 환경영향평가 등을 하는데 선후를 바꿔서 그런 평가와 주민 합의 등을 다 거쳐서 태양광 발전 설치 지역을 사전에 정해놓고 사업을 신청하면 그곳에서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면 주민 반발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북 의성의 '쓰레기 산'이 CNN에 보도될 만큼 방치 폐기물 문제가 심각하다. 연내 처리 가능한가.

"연내 처리를 약속할 때 기준이 된 양이 120만t이다. 이 분량은 현재까지 45%가 이미 처리됐기 때문에 연내에 전량 처리가 가능하다. 문제는 추가적으로 발견되는 폐기물이다. 새로 발견되는 분량은 내년도 예산으로 처리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끊이지 않는데 일회용품 감축을 위한 추가 대책을 준비하고 있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다시 도입해 재활용을 높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보증금 액수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이다."

―여름 동안 잊고 지냈던 미세 먼지도 10월부터는 심각해진다.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

"올 초 미세 먼지 문제가 심각해 관련 법 8개가 개정되고, 사상 처음으로 미세 먼지 추경 예산이 생기는 등 다양한 제도가 마련됐다. 중국과의 협력도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개별 사업으로 진행되어 온 공동 연구, 데이터 교류, 정책·기술 교류 등을 하나로 묶어 오는 9월 '맑은 하늘(晴天) 프로젝트' 이행 방안에 대해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중국은 야외에 초대형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방안 등도 시험하고 있다.

"비슷한 해결책을 국내 민간 기업이 제안해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고농도 미세 먼지가 발생할 때에는 배출량 감축도 중요하지만 대기 정체를 풀어야 한다. 서울의 경우 고농도 미세 먼지 발생 시 상공 100m 이하에 대기가 박스처럼 갇혀 빠져나가지 못한다. 대형 선풍기 역할을 하는 장치 여러 대를 도로에 설치해 일종의 '바람길'을 열어 공기가 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폐쇄형 공간에서 제한적으로 현실성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녹녹(綠綠) 갈등

환경적인 가치가 부딪히는 현상. '환경 보전'이라는 이상과 그걸 실천하기 위한 행동 사이에 모순과 갈등이 생기는 걸 가리킨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느라 산지를 훼손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게 대표적이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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