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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변시 낭인’ 논란에도 LEET 응시자 역대 최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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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입시 '첫 관문'에 1만명 몰려

'바늘 구멍' 취업난에 변호사 선호 여전

최초로 상경 계열 응시자가 법학보다 많아

로스쿨 세우면서 법대 없앤 대학 많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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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진학을 위한 필수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가 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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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문과대 4학년 이모(24)씨는 지난달 치러진 2020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에 응시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로스쿨협의회)가 시행하는 LEET는 로스쿨 입학을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시험이다. 한때 대기업이나 공기업 취업을 고려했던 이씨는 지난해 공공기관의 인턴으로 일하면서 생각을 바꿨다. 이씨는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고 대기업·공기업에 들어가도 스트레스는 많고 만족도는 높지 않을 것 같았다. 3년간 로스쿨에서 공부해 변호사 자격을 얻는 게 훨씬 나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로스쿨에 가도 변시(변호사 시험)에 떨어져 재수·삼수하기 쉽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있지만, 그래도 무작정 취업하는 것 보다는 변호사 자격증을 따는 게 여러모로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변시낭인’(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오탈자’(5회 제한에 걸려 변호사 시험 기회 없는 로스쿨 졸업생)의 증가가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씨처럼 로스쿨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전체 응시자 중 상경계열을 전공한 응시자가 법학계열 응시자를 앞서는 현상도 나타났다.

20일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지난 14일 로스쿨협의회가 발표한 ‘2020학년도 LEET’ 채점 결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LEET 응시자는 총 1만291명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전년(9753명)보다 500명 이상 늘어났다. LEET 응시자는 첫 시험(2009학년도, 9693명 응시) 이후 사법시험과 로스쿨이 병행되는 기간(2010~2016년)엔 7000~8000명 수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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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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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7년 12월 사법시험이 완전히 폐지돼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이 ‘로스쿨 진학 후 변호사 시험 합격’으로 일원화된 뒤 매년 증가해왔다. 한영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계속되는 취업난, 일자리 불안 등으로 일찌감치 로스쿨 진학을 결심하는 학생이 늘어가고 있다”며 “1, 2학년 때부터 로스쿨을 목표로 학점을 관리하고 ‘스펙’을 쌓는 학생의 비중도 커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연세대를 졸업하고 수도권 소재의 로스쿨에 진학한 김모(25)씨는 “과거 사시와 달리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다고 해도 고소득이나 출세를 보장받지 못한 건 알고 있지만, 변호사가 되는 게 보다 안정적인 삶을 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로스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올해 LEET는 역대 최초로 상경계열 학과 응시자가 법학계열 학생보다 많았다. 올해 응시자 중 상경계열 전공자는 21.8%(2239명)로 지난해(20.7%)보다 1.1%포인트 늘었다. 반면 법학 전공자의 비중은 21.1%(2169명)으로 지난해(23.8%)보다 낮아졌다. 전년보다 사회과학계열(18.4%→19.8%), 인문계열(17.0%→17.6%) 응시자의 비중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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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현상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대학들이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학부 과정을 폐지했기 때문에 나타난 변화로 풀이된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학부에서 법대가 사라지면서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는 인문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경영대나 사회과학대로 몰렸다”며 “특히 상위권 대학 로스쿨일수록 이들을 선발하려는 경향이 강해 합격자 중에도 상경·사회계열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9년 서울대 로스쿨 합격자(총 152명)를 살펴보면 상경계열(62명, 42.8%)과 사회계열(29명, 19.1%)이 절반(59.9%) 이상이다. 반면 법학계열 출신 합격자는 한 명도 없었다. 연세대와 고려대도 전체 합격자 중 상경계열 또는 사회계열 전공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66%, 50%에 이르렀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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