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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천장 물새는 송파 헬리오시티 “에어컨 못켠다” 주민들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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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오시티 시스템에어컨 옵션 선택 가구

현재까지 350가구 피해 호소…계속 불어나

“보수했는데도 무서워 에어컨 못 켜”

아크로리버뷰 등 다른 강남 단지도 몸살

중앙일보

1만 가구에 가까운 대단지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옛 가락시영을 재건축한 아파트로 지난해 말 준공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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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월 전부터 현관 앞 천장에서 물이 샜어요. 하자 신청을 해도 건설사 직원이 와서 천장에 호수를 꽂아 놓고 방치만 했습니다. 오늘은 물 범벅이었네요.”(111동 주민 A씨)

“지난달 말 입주하고 거실의 에어컨을 30분 틀었는데 갑자기 천장의 에어컨에서 물이 줄줄 흘러나왔습니다. 바로 전원을 끄고 양동이와 세숫대야를 받쳤어요. 그런데도 새벽까지 물이 쏟아져 잠을 한숨도 못 잤습니다. 다행히 바로 천장을 뜯고 수리를 받았는데 또 물이 샐까 무서워 지금까지 에어컨을 못 틀고 있어요.”(309동 주민 B씨)

“우리 집은 A/S를 받고 며칠 뒤 또 누수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412동 주민 C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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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서 물이 새는 하자의 원인이 천장 매립형 시스템에어컨 배관 문제로 밝 혀졌다. 하자 보수를 위해 시스템에어컨을 뜯어낸 모습. [사진 헬리오시티 주민]



서울 송파구에 지난해 말 준공한 9500여 가구의 브랜드 신축 아파트 단지,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 이야기다.

20일 헬리오시티 조합과 입주자 단체, 관리사무소, 시공사(현대산업개발·삼성물산·현대건설) 등의 말을 종합하면 단지 내 9500여 가구 중 천장 매립형 시스템에어컨을 옵션으로 설치한 5000가구 일부에서 누수 하자를 호소하고 있다. 입주를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총 350가구가량이 시공사에 하자 신고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자 원인에 대해 시공 주관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시스템에어컨에 연결된 배관 문제”라며 “신고가 들어오는 대로 하자보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컨을 작동할 때 발생하는 응축수가 배관을 타고 실외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천장 위에 고여 틈 사이로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유도하는 배관 기울기가 충분하지 못하거나 배관 중간중간 이음새가 부실하거나 배관이 막혀 있는 등의 상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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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오시티에 입주한 한 가구에서 천장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빈 통으로 직접 받고있다. [사진 헬리오시티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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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파트만이 아니다. 최근 고가의 강남권 신축 단지에서 날림공사 논란이 잇따른다. 지난 5월에는 국내 최고가 단지 중 하나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뷰신반포(신반포5차 재건축)에서 시공사인 대림산업을 규탄하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유명 건설사라 해서 믿고 맡겼는데 돌아온 건 ‘전 가구 한강 뷰’뿐 나머지는 전부 하자”라는 주장이다.

실제 이 단지에선 실내 바닥 수평이 맞지 않아 공을 놓으면 굴러가고, 지하층 천장에서 물이 새고, 옥상 바닥에 금이 가는 등의 하자 신고가 접수됐다. 한 입주민은 “신축 아파트면 어디든 하자가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 단지는 정도가 너무 심해 단체행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대림산업은 하자 보수와 함께 협상에 나섰고 현재 대림산업을 비판하는 플래카드는 내려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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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사진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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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건설사가 서울 강남 요지에 지은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의 사정이 이런데 ‘마이너’ 건설사가 지방에 짓는 아파트는 말할 것도 없는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면서 과거에는 넘어갔던 부분도 지금은 문제가 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날림 공사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건설업 전반의 고질적 문제다. 전문가들은 날림 공사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후진적인 건설업 구조에서 찾는다. 공사 감독 체계가 헐겁고, 품질보단는 최저가를 내세우는 업체에 일감을 주는 경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감시단장은 “감소하는 숙련공을 육성하고 하도급·재하도급 관행을 개선할 뿐 아니라 시공사의 입김에 제 기능을 못 하는 감리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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