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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기자수첩]연기금 우량 중소형株 '구원투수'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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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중소형株 옥석가리기 통해 진정한 구원투수 나설 때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8월 초 국내 증시가 폭락장을 연출하자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달들어 코스피시장에서만 1조 900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2조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운 것과 대조적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 공포 속에 코스피 시장은 수급 기근에 시달렸고, 연기금의 통 큰 매수는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지기 충분했다.

하지만 연기금의 바스켓을 살펴보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8월 연기금의 순매수 상위종목 20위 안에 코스닥 종목은 하나도 없지만, 순매도 상위종목 20위 내에 코스닥 종목은 무려 6개나 된다. 연기금이 지수방어를 위해 코스피200 상장지수펀드(ETF)나 삼성전자(005930) 등 대형주는 사들이는 반면 중소형주는 내다 판 것이다. 코스피에서는 구원투수였을지 몰라도 코스닥에서는 8월 들어 138억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안 그래도 힘든 시장을 더 짓눌렀다.

이렇다 보니 코스닥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코스닥 활성화를 외쳤던 정부인데 정작 연기금이 중소형주를 팔아치우는 게 말이 되는 것이냐’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연기금이 반도체나 ETF나 사서 지수만 받칠 것이 아니라 저평가된 좋은 종목을 골라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진짜 시장 안정책”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연기금이 반도체를 사들이는 건 외국인들이 반도체를 비싸게 팔아주는 것을 도와주는 꼴밖에 안된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국민의 돈을 미래가 담보되지 않는 코스닥 종목에 맡기는 건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면 타당한 얘기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코스닥 종목 중에서도 펀더멘털은 튼튼한데 센티멘털이 좋지 않아 최근 이유 없이 내리는 종목들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센티멘털만 개선되면 상승할 수 있는 종목들이라며 안타까워 한다.

연기금이 정녕 시장 안전판 역할을 하려면 어려운 주식시장에서 저평가 된 우량종목들을 찾아 나설 노력을 해야하는 게 아닐까? 비오는 데 우산 뺏는 역할을 할 것이 아니라 중소형주 중 진흙 속에 가려진 진주를 골라내야할 때다. 시장 뿐 아니라 국민의 노후를 위해서도 그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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