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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美 경제 강하다" 트럼프 큰소리에도…부채·투자 줄이는 美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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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앤하이저부시인베브 등 美기업 잇따라 부채 줄이기

BBB등급 채권 크게 늘어나…경기 침체시 투기 등급 전락 우려

투자 축소 움직임도…시티 "기술장비기업 투자 축소 도드라져"

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9일 미국 뉴저지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기자진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AFP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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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통신회사 AT&T는 올해 약 90억달러 부채를 줄이기 위해 푸에르토리코에서 벌였던 통신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해 미디어그룹 타임워너를 인수하면서 부채 규모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특이한 점은 이같은 부채 축소 움직임이 주주들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호언장담에도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부채를 줄이고 투자를 줄이는 등 충격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움직임이 특히 투자등급 중 가장 낮은 수준인 BBB 등급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기 침체로 채권 등급이 한 단계라도 떨어지면 투기 등급으로 추락하며 이자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AT&T이다. AT&T는 지난해 타임워너를 인수하는데 1900억달러를 투자했는데 그 자금 중 상당 부분이 빌린 돈이다. AT&T의 부채가 에비타(EBITA, 이자·세금·감가상각비 등을 빼기 전 순이익. 해당 기업의 영업을 통한 현금 창출 능력)의 4.4배에 이르자 신용평가 무디스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AT&T의 신용등급은 A-에서 BBB로 두 단계로 떨어졌다.

당장 시장에서부터 AT&T가 부채를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AT&T는 대표적인 배당주로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후했던 배당금을 줄여야 한다는 말로 이어진다. 그러나 AT&T가 부채 축소 계획을 발표하기 전 열린 지난해 가을 기업설명회에서 이같은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진 사실이 알려지자, AT&T 주가는 오히려 2.2% 올랐다.

AT&T뿐만 아니다. 맥주회사인 앤하이저부시인베브는 1000억달러 이상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배당금을 삭감하고 호주 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 CVS케어마크는 보험사 에트나 인수대금을 서둘러 상환하고 있다.

신용평가사의 엄격한 태도도 영향을 미쳤다. 앤하이저부시인베브는 무디스가 회사 신용등급을 하향조정을 검토한다는 발표 이후 서둘러 부채 축소에 나섰지만 무디스는 회사 등급을 Baa1로 한 단계 낮췄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신용평가사가 부채에 대해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문제는 장기간 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기업의 부채 규모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특히 BBB등급의 채권이 10년간 40%에서 50% 수준까지 올라간 상태다. 투기 등급은 아니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이자를 보장하는 이들 채권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이들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고 채권 등급이 하락할 경우, 그 여파는 배로 커질 수밖에 없다.

현금 곳간을 채워넣으려는 움직임은 투자 축소에서도 나타난다. 씨티그룹이 금융업을 제외한 미국 상장기업 714개사의 지출 계획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설비투자는 3.5% 증가할 전망으로 불과 4개월 전 예상치인 4.2%에서 크게 낮아졌다.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잇따라 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장비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즈는 지난주 네트워크 장비 수주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맥스 고크맨 퍼시픽 라이프 펀드 어드바이저는 파이낸셜타임즈(FT)에 “중국으로의 판매가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무엇보다 기업들이 네트워크설비를 갱신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모든 것이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토비아스 레크코비치 시티그룹 수석 전략가는 “체감경기는 기업의 투자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쉬워 무역 분쟁이나 해외경기의 약세 등 다양한 요인이 이를 좌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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