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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방심하면 당한다] ③ 어눌한 조선족 말투 이젠 없다…불안심리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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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보이스피싱 피해액 4천440억원…매일 134명씩 당해

전문가들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낯선 전화는 끊고 해당 기관에 확인"

연합뉴스

보이스피싱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자신의 계좌가 범행에 이용됐다는 전화를 받거나 가족이 갑자기 아파 돈이 필요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누구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피해자의 심리를 이용해 한편으로는 겁을 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독이며 돈을 입금하도록 유도하는 게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대다수 국민은 '그런 수법에 내가 속을까?'라거나 '설마 내가 당하겠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기단의 '사탕발림'과 겁박에 속아 돈을 넘겨준 사람들은 '보이스피싱인 줄 전혀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평소 보이스피싱에 대해 알던 사람도 그만큼 당하기 쉽다는 얘기다.

20일 경찰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전년(2천431억원) 보다 82.7% 증가한 4천440억원이다.

피해자만 4만8천743명이었다. 매일 134명이 피해를 당했다는 의미다.

피해액은 하루 평균 12억2천만원으로, 1인당 910만원에 달한다.

'나는 당하지 않겠지'라며 방심하는 순간 보이스피싱에 당할 수 있다.

보이스피싱은 더는 "고갱님, 마이 당황하셨어여?"로 대표되는 어눌한 조선족 말투를 하지도 않고, 70∼80대 노인만을 대상으로 삼지도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수법을 달리하며 더 교묘하게 진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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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이 진화하고 있지만, 유형만 제대로 알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먼저 경찰·검찰·금융감독원·금융기관을 사칭해 범죄에 연루됐다며 개인정보나 금융정보를 요구하거나 안전한 계좌로의 현금 이체를 유도하는 경우는 100% 보이스피싱이다.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전화로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사이트로 접속을 유도해 보안카드 전체 번호나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OTP 번호 입력을 요구하는 경우도 보이스피싱이다.

자녀를 납치했다며 돈을 보내라거나, 대학 입시에 추가 합격했다며 등록금 납부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순간의 감정에 현혹되지 말고 사실관계 확인부터 해야 한다.

자녀 납치 협박을 받은 경우에는 '우리 아이는 지금 방에 있다'라는 등 거짓말로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 보이스피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낯선 전화는 무조건 끊는 게 최선이다.

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유혹에 빠져들기 쉽기 때문이다.

싼 이자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수수료 선입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100% 사기이며, 개인 정보와 관련된 정보를 묻는 경우도 전화를 끊으면 된다.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정보력은 대단하다.

표적이 될 사람의 대출, 부동산 거래 명세, 신용 등급, 이사 여부, 직장 및 지인 관계 등 개인 정보를 알고 접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기범과 대화를 하다 보면 속을 수밖에 없다는 게 수사기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 관계자라며 걸려온 전화에 대해서는 일단 상대방의 소속·직위·이름과 함께 직통 전화번호를 물어본 뒤 다시 전화하겠다고 말하고 끊으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현금지급기를 이용해 세금이나 보험료 등을 환급해 준다거나 계좌 안전조치를 취해주겠다며 현금지급기로 유인하는 경우도 100% 사기다.

은행, 법원, 검찰, 경찰, 국세청, 금감원, 우체국, 건강보험공단, 통신회사, 카드회사 등 그 어느 곳도 현금지급기를 통해 돈을 환급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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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불명의 문자메시지나 유선으로 휴대전화 앱 설치를 요청받는 경우 절대 설치해서는 안 된다.

정체불명의 앱을 설치하는 순간 휴대전화는 이미 당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스팸 전화,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각종 스팸 번호를 알려주고 차단할 수 있는 스팸 차단 앱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문자에 URL이 포함된 경우에는 위험도를 탐지해 보여주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돈을 보내라는 전화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일단 전화를 끊고 반드시 해당 기관에 확인해 달라"며 "보이스피싱 사기로 돈을 송금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112나 해당 금융회사로 신고해 지급 정지를 신청하면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말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전기통신금융사기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동섭 대전경실련 보이스피싱대책위원장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개인이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행에 가담하면 크게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며 "보이스피싱 총책은 물론 대포통장 거래자 및 현금 인출책 등 범행 가담자를 엄하게 처벌한다면 범행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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