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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범행수법 잔인하다"… 법원, 친부·노부부 연쇄살인 30대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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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홍성지원, 공범에겐 징역 30년 선고

재판부 "피고인 아버지는 비참하게 살해당해"

검찰 사형 구형에는 "특별한 사정에서만 허용"

잔혹한 범행수법으로 친부와 80대 노부부를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중앙일보

부친과 노부부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씨(31)가 지난 2월 9일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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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홍성지원 제1형사부(김병식 부장판사)는 20일 존속살인 및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1)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A씨의 범행을 도운 공범 B씨(34)에게는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아버지는 친아들에게 살해당하는 비참한 상황을 겪었고 인천의 80대 노부부는 자신들이 누구에게 왜 살해당하는지 모른 채 숨졌다”며 “범행의 수단과 방법이 잔인하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과거 조현병 진단을 받았지만, 범행 당시에는 정신병력 증상이 없었고 현재도 같은 상태”라며 “범행의 준비과정, 피고인이 법정에서 보인 태도 등을 종합해보면 범행 당시 (심신이)미약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고려할 대 특별한 사정에서만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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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1일 친부와 80대 노부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씨(31)가 충남 서천군 장항읍 A씨의 부친 자택에서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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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12월 28일 충남 서천군 장항읍에 혼자 사는 아버지(당시 66세)를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뒤 코와 입을 막아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 후 도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월 5일 인천의 80대 노부부를 흉기로 살해하고 카드를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서울의 마사지 업소에 들어가 여성을 폭행한 뒤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A씨는 노부부를 살해한 다음 날 부산의 한 여관에서 잠복하던 경찰에 검거됐다. 검거 당시 그는 “지금 작업하러(살인하러) 가는 중이었다”며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폭행 등 혐의로 복역하다 지난해 7월 출소한 A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이 서울의 PC방에서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전전했다고 한다. 돈이 떨어지면 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내 용돈 명목으로 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사업자금을 지원해주지 않자 범행을 결심했다.

범행은 지난해 12월 28일 이뤄졌다. 경찰이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결과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군산버스터미널에서 내린 A씨는 택시를 타고 서천의 아버지 집으로 이동했다. 이후 범행을 저지른 뒤 다시 택시를 타고 익산으로 이동,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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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0일 친부와 80대 노부부를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A씨(31)가 경찰서 유치장으로 입감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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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직후 A씨는 아버지 소유의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났다. 이 카드로 지난 4일 충남 천안과 경기도 일산 등의 금은방에서 금을 매입한 뒤 다시 서울로 이동, 금은방에 되팔아 현금화했다. 도피자금으로 활용할 목적이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조현병으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정신감정 결과 범행 당시 심신미약이 아니었다는 판단이 나왔다.

지난달 1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으로 살해된 피해자가 3명으로 피의자는 강도살인을 준비하고 예행연습을 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범행했다”며 “연쇄살인범 유영철 살인 행각과 유사할 정도로 범행이 잔혹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악랄한 범행에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천륜을 져버리고 사회적 약자에게 무차별적으로 범행한 피고인들에게 죄질에 상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별다른 전과가 없는 만큼 극형만은 면하는 판결을 바란다”고 요청했다. A씨는 “치료감호소에서 약을 먹으며 깊이 반성하고 살고 싶다”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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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8일 충남 서천군 장항읍에 사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는 A씨(31)가 범행 직전 이동하는 모습. [사진 충남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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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2월과 4월 각각 법원에 국민참여재판 의사 확인서를 제출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A씨와 함께 기소된 공범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데다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이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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