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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대규모 원금손실' DLF사태..."은행-금융당국 공동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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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유경아 기자]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DLS)에 투자했다 대규모 원금 손실 위기에 처한 피해 투자자들이 집단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키코(외환파생상품·KIKO) 사태’ 처럼 장기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키코 사태 당시 은행의 불완전 판매 책임을 소비자가 입증하기 어려워 뚜렷한 해결을 이끌어내지 못한 전례가 있다. 아울러 금융사가 DLF·DLS 상품 출시 전 소비자보호 명목으로 투자 약정서에 포함한 ‘이해하였음’ 등의 조항에 대해 오히려 금융사에 면책권을 부여한 셈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실질적으로 소비자보호가 되지 않는 제도를 만든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 논란도 제기된다.

◇ 당국 분쟁 조정 다음달 가동…불완전 판매여부 입증 집중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리은행·KEB하나은행 등이 판매한 DLF·DLS 투자 금액은 총 8224억원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4558억원(55,4%)이 증발될 위기에 처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이번 사태와 관련한 분쟁 조정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당국은 은행·증권사 등이 DLF·DLS를 판매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거나, 상품 추천 당시 투자자의 연령과 수입원 등 적합성과 적정성을 제대로 따졌는지 등 불완전판매 여부를 입증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당국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불완전판매에서 비롯했음이 입증될 경우 금융사의 배상 비율이 7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통상적으로 금융사의 잘못이 명백할 때 60%까지 배상 책임을 부과해왔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10%포인트가 가중될 수 있다. 앞서 2013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사태 당시에도 금융상품 투자 경험이 전무한 노령의 투자자에 위험 상품을 판매한 경우에 70%까지 배상 책임을 부과한 전례가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DLF·DLS 상품의 경우 상품기획자는 물론이고 투자자도 고도의 금융지식과 세계경제·금융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품의 수익구조도 복잡할뿐더러 국채금리 연계형인만큼 대외 정세 이슈 등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금감원은 분쟁 조정과정에서 통상 상품 판매의 적정성과 적합성, 부당권유 등 3가지 부분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 당국 책임론…“소비자보호 조항은 은행에 준 ‘면책권’”

그러나 금융사가 DLF·DLS 투자 약정서에 ‘이해하였음’, ‘설명하였음’ 등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는 금융당국에서 만든 소비자보호 제도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당국이 금융사에 면책권을 부여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 또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책임이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 2008년 시작돼 10년이 넘도록 분쟁 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키코’ 사태에서도 불완전판매가 입증됐을 경우에만 은행의 배상책임이 있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키코 사태의 경우 피해 기업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받은 전례도 있고, 일부 승소한 판결에서도 피해액의 최소 5%, 최대 50% 수준에서 배상하라는 게 대부분이다. 특히 은행들은 당국이 내놓은 손해 배상 권고안에 대해서도 이를 수용하기 힘들다면서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DLF·DLS 사태도 피해 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 당했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보호가 뭔지도 모르는 금융당국이 ‘이해하였음’, ‘설명들었음’ 체크 항목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 것이 이런 대규모 피해사태를 불러온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 피해를 전적으로 금융사 책임만으로 돌리며 면피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금융사에 대한 검사만 남발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은행과 금융위, 금감원의 적폐고리를 확실하게 제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yook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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