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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설] ‘주주 이익’ 넘어 ‘사회적 책무’ 선언한 미국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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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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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이 19일(현지시각) 성명에서 고객, 직원, 납품업체, 지역사회, 주주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에 대한 사회적 책무 이행을 ‘기업의 목적’으로 내세웠다. 20년 이상 지켜온 ‘주주 최우선’ 원칙을 넘어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직원들에게 투자하며, 윤리적으로 거래하고,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라 주목된다.

비아르티는 미국 200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1972년에 설립됐다. 이번 성명에 동의해 서명한 이는 제이피(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애플의 팀 쿡, 지엠(GM)의 메리 배라 등 181명에 이른다. 이 단체는 1978년부터 기업 경영의 원칙을 주기적으로 발표해왔으며, 1997년 주주 이익 제고를 기업 경영진의 가장 중요한 의무로 내건 뒤 지금껏 기조를 유지했다. 이번 성명이 20년 남짓 만의 ‘철학적 전환’이라 평가받는 까닭이다.

미국 기업들의 변화는 달라진 경영 환경을 감지하고 이에 반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소득 불평등,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비판의 눈길이 대기업들로 쏠리고 있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흐름이 형성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나 몇몇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에스케이(SK)가 계열사 정관에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 추구를 경영 목적으로 명기하고 최고경영자 평가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반영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비아르티 성명에 최저임금 인상 같은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담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는 있다. 경영진이 주주의 감시·감독을 피해 가는 구멍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이윤 극대화나 주주 최우선이라는 오래된 개념만으로는 기업 경영의 지속가능성과 장기적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는 게 현실임을 이번 성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내외 기업들 모두 달라지는 경영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이해당사자들을 두루 배려하는 경영이 장기적 시야에선 기업이나 주주에게도 결국 득이라는 적극적인 인식과 태도를 가져야 할 때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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