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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인터뷰] 구독자 320만 유튜버 허팝 "유튜브가 레드오션? 시청자 관심 더 다양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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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9~1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다이아페스티벌 2019 in 부산`에서 허팝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 = CJ ENM]


'액체괴물'로도 불리는 말랑말랑한 장난감 '슬라임'으로 수영장을 만들면 그 안에서 헤엄칠 수 있을까. 휴대용 정수기 '라이프 스트로'로 길거리 흙탕물을 마시면 깨끗한 물을 들이켜게 될까. 아이라면 한 번쯤 호기심을 가질 법한 주제지만, 쉽사리 확인할 수 없는 주제들을 몸소 실험으로 보여주는 31세 어른이 있다. 구독자 320만명을 자랑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허팝(본명 허재원) 이야기다. 지난 10일 허팝의 고향 부산에서 펼쳐진 1인 창작자 축제 CJ ENM '다이아페스티벌'에는 그의 무대를 보러 온 관객만 1000명에 육박했다.

"처음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할 때만 해도 오프라인에서 제 콘텐츠를 좋아해주시는 분들과 직접 만나 소통한다는 것은 상상 속 일이었습니다. 그 꿈이 현실이 돼 2016년 제1회 다이아페스티벌부터 올해까지 꼬박 4년째 참가했는데요. 올해는 개최지가 부산이어서 '금의환향'한 기분이 이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허팝이 만든 동영상은 오래 살아남는 콘텐츠의 진수를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액체괴물 수영장을 만들어보았다' 편은 2015년 처음 올린 영상인데도 아직 꾸준히 재생된다. 현재까지 조회수는 2900만회를 넘는다. 인스턴트 콘텐츠 시대에 KBS 애국가처럼 두고두고 재생되는 허팝 콘텐츠의 장수 비결은 구독자들끼리도 연구 대상이다. 해당 동영상에 달린 댓글 '2019년에도 여전히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 흔적 남기라'에는 1300개의 '좋아요'가 찍히고, 답글만 350여 개가 이어졌다.

"구독자들 댓글은 언제나 소중합니다. 제가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 그 자체예요. '재미있다' '즐겁다' '응원한다' 이런 댓글 하나하나가 모두 힘이 돼요. 요즘은 밥 챙겨먹으라는 말이 가장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마치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괴짜 과학자 '브라운 박사' 같은 허팝은 어린 시절에는 수학과 과학을 정말 싫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콘텐츠를 보고,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는 구독자뿐만 아니라 과학자가 되겠다는 반응도 많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올 4월엔 강원도 지역 산불피해를 돕기 위한 성금으로 1억원을 쾌척했다. 웬만한 연예인이나 기업 최고경영자(CEO)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선뜻 내놓은 그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기부를 하는 데 있어 망설임보다는 이 돈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앞섰던 것 같습니다. 이체 한도 때문에 은행을 몇 차례 오가기도 했는데요. 최종 기부 확인 버튼을 누르고 나니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허팝 채널 구독자들도 연이어 '기부에 참여했다' 혹은 '하겠다'는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2014년 동영상을 처음 올리던 시기에는 조회수가 금방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첫술에 배부르랴'는 생각으로 꾸준히 만들던 중 "허니버터칩을 먹는 장면을 다룬 영상 조회수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 콘텐츠 제작에 추진력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현재는 지난 6월 경기도 광주시에 800평(2644.6㎡) 규모로 오픈한 회사 '허팝연구소'를 중심으로, 본 채널 '허팝' 외에도 '허팝 게임즈' '허팝일기'를 운영하며 보다 다양한 시청자를 아우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소재 부족에 시달릴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어렸을 때 어땠는지 떠올리며 아이의 시각으로 콘텐츠를 본다"고 답했다.

"어렸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곰곰이 생각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보면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신문 기사에서 접한 새로운 사실이나 이슈도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어요. 허팝 콘텐츠는 '규모' 면에서 남다른 실험이 많아 '어떤 것이 거대해진다면?'을 전제로 상상할 때도 있습니다."

유튜브시장은 이제 레드오션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수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크리에이터의 성공담을 듣고, 전업 유튜버가 됐다가 후회하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제2, 제3의 허팝이 돼 전 세계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열망을 품은 이들에게 그는 조언을 건넸다.

"신선한 콘텐츠는 언제나 시청자들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들 관심사가 점차 다양해지면서 자신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찾아보는 시대가 됐습니다. 관심사가 다양해진 만큼 콘텐츠로 표현할 수 있는 길이 더욱 넓게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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