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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조국이 대법관으로 밀었던 신평 "조국, 내려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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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曺, 전형적 진보 귀족…숨 고르고 명상의 시간 가지라"
"다른 사람에게 준 상처에 대해 자숙 시간 거쳐야"

조선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대법관으로 '추천'했던 인사도 장관 임명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판사 출신으로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낸 신평(63·사법연수원 13기·사진) 변호사는 20일 페이스북에 '조국 씨, 내려와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신 변호사는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쪽으로 기운다. 어리석은 돈키호테니, 신의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인간이니 하는 비난을 듣더라도 이 말을 해야겠다"며 "조국 씨,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직에서) 이제 내려오라"고 했다.

그는 "나 자신(도) 사회적 지위(status)건, 성(gender)이건 기득권 세력의 일원으로서 숱한 과오를 저지른 사람"이라면서도 "긴 시간 농사를 지으며 절절한 반성과 참회 속에 침잠해있는 처지로서 과연 감당할 수 있는 글인가 의문이 먼저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촛불시민혁명을 열렬히 지지하며 현 정부가 들어서기를 학수고대한 처지로서 이 정권과 당신(조 후보자)이 연계된 상징성을 잘 알고 있다"며 "더욱이 2018년 대법관 교체시기에 당신이 나를 진지하게 밀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으며, 이에 대한 고마움을 깊이 느끼고 있기도 하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로 나누면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기득권 세력과 그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로 나누면 희한하게 잘 보인다"고 했다. 이어 "진보라고 표방하면서 기득권 세력으로서 누릴 건 다 누리는 '진보귀족'들의 행동에도 거침이 없다"고 했다. 이어 "자신이 챙길 건 철저하게 챙겨왔다. 해방 후 지금까지 이렇게 기득권 세력의 발호는 그치지 않았고, 서민들은 사실상 개돼지 취급을 받아왔다"고 썼다.

그는 "(조 후보자는) 숱한 인간적 장점을 갖고 있다"며 "그래도 다른 정부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헌신적으로 분투해왔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전형적인 '진보귀족'으로 살아왔다"며 "당신이 귀한 딸을 위해 기울인 정성이 과연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그 정성에 비해 도덕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그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세간에서는 김 의원의 경우는 별 것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당신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며 "조금 숨을 고르고 명상의 시간을 가진 뒤, 이 사회를 위해 헌신할 기회가 남아있다"고도 했다.

그는 "당신이 기득권자로서 지금까지 저질러 온 오류와 다른 사람들에게 안겨준 상처들에 대해 깊은 자숙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며 "넓고 길게 보며, 그 후에 다시 국민들 앞에 나서도록 하라"고 충고했다.

신 변호사는 '당신의 대학 선배이자 피데스(FIDES) 선배로부터'라고 썼다. 피데스는 서울대 법대 사회과학 연구 서클이다. 조 후보자는 대학 3학년 때 이 서클이 발간하는 잡지의 편집장을 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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