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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젊은 세대들, 용기 가져야” 한 세기 관통한 어른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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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철학자의…’ 출간

“윤동주 시인과 신사참배 거부, 중학교 3학년 때 제적당하고

공산정권 치하서 살아봤는데 불행 속에서도 얻은 것 있어”



경향신문

‘100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생과 철학’을 주제로 새로 펴낸 두 권의 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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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99)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마주 앉아 있지만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랬다. “윤동주와 함께 학교를 다녔다”는 말에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쳐다봤고, “공산정권 치하에서 2년간 살아봤다”는 말에서 다시 귀를 세웠다.

올해로 100년째 삶을 이어가고 있는 김 교수는 그래서 소중한 존재다. 한 세기를 살아가면서 쌓은 경험과 생각을 생생하게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김 교수는 올해에도 이미 150여회의 강연을 소화했고, 수십년간 써온 글 중에 현재에도 유효한 내용들을 선별해 책 두 권으로 엮었다. 열림원이 출간한 <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와 <100세 철학자의 철학, 사랑 이야기>다. 앞에는 ‘젊은 세대와 나누고 싶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김 교수는 “정치적인 이야기나 시대에 속한 문제에 관한 글은 빨리 사라지는데, 인간 문제나 윤리에 대한 글은 세월이 지나도 남았다”며 “다행히 이번에 찾아낸 글들을 보니 그때 읽으나 지금 읽으나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평안도 출신인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시기는 중학교에서 제적을 당해 쉬던 1년간이다. 김 교수는 중학교 3학년 때 신사참배를 거부해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당시 함께 신사참배를 거절한 동급생이 시인 윤동주였다. 윤동주 시인은 바로 중국 용정으로 떠났고, 김 교수는 쉬는 기간 동안 평양에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김 교수는 “아침 9시에 가서 오후 5시까지 혼자서 독서를 했다”며 “(1년 뒤) 학교에 돌아가 수업을 듣는데, 인식론 같은 부분은 선생님보다 더 많이 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불행한 경험을 겪는 것이 손해가 아니다. 고통스럽게 살면 삶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최근 불투명한 미래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용기’를 당부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책임은 사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사회가 연결돼서 있는 것 같다”며 “사회가 어렵고 힘들더라도 내가 사회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국가고시 같은 시험에만 매달려 (건너편으로 가는) 다리가 하나라고 판단하는 듯하다”며 “젊은이들이 시야를 넓혀 외국에 진출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치권의 갈등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학생 운동권 세력이 청와대에도 가고 노동운동에도 참여하지만, 아직은 선진사회의 진보는 아니다”라며 “보수 진영은 아예 뿌리가 없고, 통일된 가치관이나 사상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갈등은 “운동권 세력이 모두 나이가 들어 권력을 놓을 때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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