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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밀착카메라] 삽 못 뜬 초등학교…"기다리다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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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교가 들어설 것이라던 땅이 14년째, 그대로인 곳이 있습니다. 서울 전농동의 얘기입니다. 학교를 기다리던 초등학교 1학년생은 어느덧 대학생이 돼 버렸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밀착카메라가 들여다봤습니다.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이곳은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입니다.

이 너머로 거대한 아파트 단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제 옆에 있는 큰 펜스에는 '엄마 우리는 학교가 왜 이렇게 멀어' 라고 쓰여 있는데요, 무슨 일일까요? 밀착카메라가 돌아봤습니다.

아파트 앞에 거대한 공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축구장 한 개 반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입니다.

아파트 울타리 사이로 길게 자란 잡초들이 삐져나와있습니다.

옥상에서 한번 내려다 보면요.

울타리로 둘러싸인 거대한 숲처럼 변한 모습인데 관리 안한지 꽤 오래 된 것으로 보입니다.

마침 주민분들이 쉬고 있는데 직접 가서 어떤 부지였는지 물어보겠습니다.

[주민 : (부지 잠깐만 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쪽은 학교 부지이고 저쪽은 동대문 문화센터 부지인데. 벌레는 좀 많이 생기지. 관리가 안 되니까.]

서울시가 학교를 세우겠다며 지난 2006년 사들인 땅입니다.

하지만 14년 째 그대로입니다.

[주민 : 초등학교 1학년 때 와서 이미 대학생이 돼 버린 자녀가 있는 주민도 있고.]

서울 전농동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는 단 1곳.

그마저도 여학교입니다.

[이원심/서울 전농동 : 일어나서 데려다주고 그다음 다시 집에 와서 출근 준비하고.]

원래 학교 부지가 있던 곳으로 통학을 할 수 있으면 집에서 나와서 얼마나 걸릴까요? 직접 학생 걸음으로 함께 가면서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원래 학교 부지가 예정돼 있던 곳에 도착을 했습니다.

총 3분이 걸렸는데요.

충분히 걸어다닐 수 있을 거리로 보입니다.

반면 가장 가까운 이 청량리동에 있는 학교까지는 31분이 걸렸습니다.

언덕도 있고 해서 땀이 좀 났는데요.

어땠어요?

[윤성준/고등학생 : 중학교 때는 집 앞이었는데 갑자기 고등학교 오면서 먼 거리로 오려고 하니까 적응도 안 되고.]

주민들은 동대문구의 학급당 학생수가 서울 평균보다 많다며 학교를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식석균/서울 전농동 : 교육특구로 지정을 했는데 학원이 있습니까. 학교가 있어야 학원이 있지.]

어떻게 땅이 14년 동안 그대로일까.

[동대문구청 관계자 : 각종 뭐 몇 개 고등학교를 추진을 해왔는데 결국은 전부 다 무산이 되고 교육청이 계속 반대해가지고.]

교육청도 할 말은 있습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 : 부지가 교육청과 관련 없이 시에서 일방적으로 잡아놓은 거예요. 전농 7구역은 학교가 필요 없다고 계속 얘기했고. 학령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이 나왔지만 시간만 흘렀다는 것입니다.

갈등을 겪는 곳은 또 있습니다.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안양의 재개발 지역입니다.

이곳에만 2000세대 넘게 들어올 예정입니다.

원래는 초등학교가 만들어지려고 했었는데 무산됐습니다.

때문에 재개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김천만/임곡지구 입주자대표회 대표 : 2018년에 (학교를) 짓겠다고 공문을 보냈거든요. 이제 학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학교를 지을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해당 교육청은 기존 학교를 키우는 쪽으로 계획을 바꿨습니다.

여러 목소리가 나옵니다.

[근처 주민 : 증축하면 일단 못 쓰니까 운동장 자체를. 여기 있는 실질적인 초등학교 엄마들은 증축을 하는 것도 반대고 이전하는 것도 반대고.]

[안양과천교육지원청 관계자 : 학교를 설립한다는 계획이 있었어요. 학교설립계획심의위원회가 설치돼 있어요.

검토를 해보니 설립 요인이 안 나오는 거예요.]

저출산 추세에 따라 정부는 학교를 만드는 것을 줄이고 있지만 신도시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행정이 오락가락 하는 사이 학생들이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은 쌓여가고 있습니다.

연지환 기자 , 김영묵,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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