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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美, 중거리미사일 시험 발사… 한국 배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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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거리핵전력조약 탈퇴 16일 만에 美국방부 "500㎞ 날아가 명중"

미·중·러 전술핵 경쟁 심화될 듯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탈퇴한 지 보름여 만에 중거리 순항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중국은 물론 한국·일본·호주·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후보 국가들을 향해 미국의 의지를 보인 것이란 분석이다. 중거리 미사일 개발·배치를 위한 미국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중거리 미사일을 기반으로 한, 미·중·러 등의 전술핵무기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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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는 19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중거리 순항 미사일은 전날 캘리포니아주 샌니컬러스 아일랜드 지상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됐다"며 "500㎞ 이상 날아가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INF 조약을 파기한 지 16일 만에 이뤄졌다. INF 조약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양국의 지상 발사 중거리 탄도·순항 미사일(사거리 500~5000㎞)을 모두 폐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미국의 INF 조약 파기는 DF-21·26 등 괌과 미 항모 등을 겨냥한 중국의 다양한 중거리 미사일 전력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기존의 함정(잠수함) 배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지상 발사대로 옮겨 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1980년대 유럽에 토마호크 미사일의 지상 배치형인 BGM-109G '그리폰'(최대 사거리 2500㎞)을 배치했다가 INF 조약에 따라 폐기했다. 하지만 INF 조약이 지상 발사 중거리 미사일 폐기만 규정했기 때문에 해상 발사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은 걸프전·이라크전 등 주요 전쟁에서 꾸준히 활용됐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이번 발사는 미 국방부가 INF 조약 파기 후속 조치로 준비해왔던 것"이라며 "중국에 대해 빨리 중국의 중거리 핵미사일 폐기도 포함하는 새로운 INF 조약에 참여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INF 조약 탈퇴 하루 만인 지난 3일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아시아에 배치하겠다고 밝혀 한국 내 미사일 배치 여부가 주목을 받았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대해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 계획도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앞으로 한·일·호주 등 동맹국을 상대로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본격 압박할 경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를 훨씬 능가하는 한·중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0일(현지 시각)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우려한다"면서 "그들(북한)이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기대만큼 빨리 (미·북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지 못했다"고도 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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