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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민주주의'를 향한 열쇠, 자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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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거미

박지형│280쪽│이음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철학자 스피노자(1632~1677)는 렌즈 세공사이기도 했다. 그는 여가시간에 렌즈로 거미를 관찰하는 취미가 있었다. 거미를 찾아내 서로 싸우게 하거나 파리를 거미줄에 던져넣은 뒤 구경하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위대한 철학자는 거미를 관찰하며 무엇을 상상했을까. 책은 스피노자의 거미 관찰 일화에서 출발해 자연생태계, 나아가 인류의 갈등 상황에 대해 고찰했다. 환경생태학자인 저자는 스피노자 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근대 사회의 모순을 자연생태계의 상황과 비교해 보며 경쟁이 아닌 공존의 길을 모색했다. 다윈과 가우스, 에벌린 허친슨, 스티브 허벨 등 과학자들의 탐구와 최신 과학이론도 살폈다.

흔히 자연을 적자생존과 승자독식 원리가 지배하는 전쟁터로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제한된 자원을 독점하기보다 비교적 고르게 배분해 생물의 공존을 가능케 하는 자연 속 민주주의에 주목했다. 갈라파고스 제도에 서식하는 핀치새를 40년간 연구한 생태학자들은 유사한 먹이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경쟁을 피하기 위해 핀치들의 부리 크기가 종마다 차이를 보이고, 특히 세 종이 함께 서식하는 섬에선 핀치들의 부리 크기가 더욱 다양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스피노자는 개인들 간의 사회계약에 기반한 대의제 민주주의보다는 다중(multitude) 전체가 국가의 예속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있는 절대 민주주의를 꿈꿨다. 저자는 모두가 행복한 ‘절대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자연에서 민주적인 자원배분 원리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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