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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이슈 불붙는 OTT 시장

족쇄 찬채 태어나는 토종 OTT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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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OTT 사업자 VOD 공급 요청시 비차별적 협상

기업결합일로부터 3년간 이행 조건

"과거 잣대로 규제 틀 끼워 맞췄다" 방송업계 우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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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기업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타 OTT에 비차별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발목에 족쇄를 채웠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1일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합병 법인의 지상파 3사 콘텐츠의 독점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토종 OTT의 경쟁력을 크게 후퇴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콘텐츠 대규모 투자를 하기가 어려운 구조로 만들어 과거 케이블, IPTV시장이 저가 상품을 내놓으며 출혈 경쟁을 해온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공정위는 SK텔레콤의 OTT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푹(POOQ)' 간 기업 결합을 승인했다. 문제는 두 OTT의 결합이 OTT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시정 조치를 부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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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승인에 "하향 평준화 우려"

합병 법인은 시정 조치에 따라 타 OTT 사업자가 지상파 3사에 VOD 공급 요청 시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성실하게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유료 구독형 OTT시장에서 지상파 방송 VOD가 핵심 콘텐츠에 해당하기 때문에 합병 법인이 공급 가격 변경, 공급 중단에 나설 경우 시장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행 기간은 기업 결합 완료일로부터 3년으로 정해졌다. OTT시장이 이제 막 발을 디뎠다는 점을 고려해 1년이 경과한 후부터 시정 조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정위는 타 OTT 사업자가 콘텐츠 공급을 거절할 경우에는 합병 법인 역시 콘텐츠 제공을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CJ E&M의 티빙 등 경쟁 OTT들이 지상파 3사의 VOD를 서비스하기 위해선 자신이 보유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료방송업계는 이를 두고 "콘텐츠의 하향 평준화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자체 콘텐츠 제작에 약 120억달러(약 14조2000억원)를 투자했다. 자체 콘텐츠만 700여편에 달하며 영화, 시리즈, 다큐멘터리 등 장르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국내서도 메이저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와 손잡고 콘텐츠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오는 11월 자체 OTT '디즈니+'를 출시하기 전 넷플릭스와의 공급 계약을 중단했다. 마블, 디즈니, 스타워즈 등 핵심 콘텐츠를 독점 서비스하기 위해서다. 유튜브는 9월부터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월 구독료를 받는 대신 일반 유튜브 콘텐츠처럼 광고 수익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과거 잣대로 규제 틀 끼워넣어" 비판

총성 없는 글로벌 OTT시장의 경쟁 속에서 이제 막 탄생할 예정인 국내 OTT는 경쟁사가 원하면 서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OTT를 마치 케이블, IPTV와 흡사한 플랫폼으로 보기 때문에 이런 시정 조치가 나오게 된 것"이라며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과거의 잣대로 규제의 틀을 끼워 맞추다 보니 생기는 일인데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는 말을 아끼고 있다. 통합 법인 관계자는 "OTT시장에 대한 시장 평가 기준이 미비하고 시장에 대한 이해 역시 충분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현시점에서 공정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예정대로 합병 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9월18일 합병 법인을 출범시키고 옥수수와 푹 서비스를 통합해 '웨이브(WAVVE)'로 개편할 계획이다. 형태는 푹 서비스를 유지하고 옥수수 서비스를 흡수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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