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6 (월)

강경화, 中왕이에 “일본이 응하지 않아 어려운 상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21일 오후 중국에서 외교장관 회의를 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결정 기한(24일) 사흘을 앞두고 열리는 한·일 외교 수장 회동이다. 우리 정부는 대화를 계속 이어가자는 입장이지만, 일본 측 입장에 변화가 없어 한·일 갈등을 외교적으로 풀어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이날 베이징 시각 오후 2시(한국 시각 오후 3시)부터 베이징 중심지에서 약 140km 떨어진 관광지 구베이수이전(古北水鎭)에서 약 30분간 한·일 외교장관 회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를 갖는다. 이번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는 2016년 8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후 약 3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중국이 이번 회의의 의장국이다.

조선일보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0일 오후 중국 베이징 외곽 구베이수이전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의를 하기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 특파원 공동취재단


이번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지소미아 연장 결정 기한(24일)과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배제 시행(28일)을 며칠 앞두고 열리는 터라 양국이 갈등을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 하지만 회담 성과는 불확실하다. 우리 정부는 상황을 낙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한·중 외교장관 회의가 끝난 후 "강 장관이 왕이 국무위원에게 ‘우리는 계속 대화로 해결하려고 하는데 일본 측에서 우리 생각대로 잘 응하고 있지 않아서 조금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말을 했다"고 전했다.

20일 한·중 외교장관 회의는 구베이수이전에서 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오후 5시 55분부터 1시간 10분 가량 열렸다. 왕이 국무위원은 한·일 상황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강 장관이 이날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김포공항을 출발하기 전 ‘무거운 마음을 갖고 간다’고 말한 것을 왕이 국무위원이 알고 있었다"며 "왕이 국무위원은 한·일 갈등이 잘 해결돼야 동북아 발전에 좋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가운데) 미 국무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8월 2일 태국 방콕 센트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이 이번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한·일 갈등의 중재자로 나설지 관심을 모았으나, 중국 측은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관계에 관심을 갖고 있고 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 경색을 해결해갈 필요성을 이해한다는 수준의 언급에서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측은 21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란 주장과 함께 한국의 시정을 거듭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노 외무상은 20일 취재진에게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징용 문제에 대해 확실히 한국 측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20일 한·중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열린 한·일 외교 국장급 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이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한 외교부 아태국장은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국장급 협의를 갖고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조속한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안보상 이유로 수출 규제에 들어갔는데 우리가 어떻게 GSOMIA를 유지할 수 있나’라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연장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했지만 일본 측은 수출 규제나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 등에서 입장에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소미아는 1년 단위로 연장되며 90일 전 어느 한 쪽이라도 파기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하면 자동으로 종료된다. 일본 정부가 지소미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지소미아 연장 여부는 사실상 한국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

20일 저녁 왕이 국무위원이 주최한 한·일·중 외교장관 회담 환영 만찬에서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따로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왕이 국무위원의 오른쪽에 강 장관, 왼쪽에 고노 외무상이 앉았는데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이 별도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