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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단독]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KPI 개선, 상품 위험관리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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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간 영업 경쟁 일으키는 KPI 대폭 완화
상품 리스크관리 강화해 위험성 사전 감지

우리은행이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는 핵심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비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해 위험한줄 알면서도 수수료가 높은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을 고객들에게 공격적으로 판매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상품 리스크관리 시스템도 강화한다. 다른 은행은 DLS와 DLF의 위험성을 사전에 감지해 판매하지 않았지만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수천억원씩 판매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KPI를 개선하고, (상품)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DLF 사태가 터지고 나서 손 회장이 향후 개선책에 대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비즈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이번 DLF 사태에 대해 “KPI를 개선하고, (상품)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려 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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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에 따르면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해외 금리 연계형 DLS·DLF 중 절반 가량을 우리은행이 판매했다. 지난 7일 기준 DLS·DLF의 판매 잔액은 총 8224억원인데, 이중 48%인 4012억원이 우리은행에서 판매됐다. 특히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연동된 상품 1266억원은 평균 예상손실률이 95%에 달했는데, 판매잔액의 대부분인 1255억원이 우리은행에서 팔렸다.

KPI는 은행 직원들의 성과를 책정하기 위해 만든 채점표로, 은행 영업 목표 등에 따라 비중과 배점이 바뀐다. 최근 우리은행은 비이자수익 강화 기조에 맞춰 관련 KPI 비중을 늘렸다. 경영진과 일선 직원은 KPI를 좋게 받기 위해 수수료 비싼 상품인 독일 DLF를 공격적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우리은행은 비이자이익 부분을 대폭 조정하는 방향으로 KPI 개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KPI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지만,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은 국민의 돈을 받아 관리하는 곳인 만큼 공공성이 강하긴 하지만, 민간 기업인 만큼 수익성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날 손 회장 역시 "은행은 이익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상품 리스크관리 시스템도 강화한다. 이번 DLF 사태는 은행의 상품 리스크관리 시스템이 희비를 갈랐다. 올해 상반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각 시중은행에 해당 상품 판매를 의뢰했는데,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손실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판매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DLF의 리스크 대비 고객 수익률과 수수료 수익 측면에서 이득이라 보고 판매에 나섰다. DLS와 DLF는 기대수익이 연 4~5% 수준인데, 최악의 경우 원금 전부를 날릴 수 있다.

우리은행은 상품선정위원회를 통해 상품의 위험성을 검토한 뒤 판매 여부를 결정한다. 자산관리 (WM)그룹을 중심으로 영업, 리스크 관련 부서가 참여하도록 구성돼 있다. 우리은행은 위원회에서 DLF를 검토하긴 했지만, 그 위험성은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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