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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능력·자질검증보다 사생활 집중된 조국 인사청문회…與 “직접듣자”vs 野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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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증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고소·고발전으로 치달으며 과열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조 후보자가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은 없다.

조 후보자가 현 정권의 핵심 인사의 상징적 인물인 만큼 관심을 받는 건 당연하지만 조 후보자 부친의 묘소를 찾아가 비석에 새겨진 가족들의 이름을 사진 찍는 등 도 넘은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에서 보면 토픽감이지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매번 반복되는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인사청문회를 조속히 개최해 조 후보자의 말을 들어보자는 입장이지만,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는 연찬회가 있다는 이유로 법정 기간을 넘긴 9월 2일~3일쯤 돼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도 연찬회를 앞두고 있지만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다.

이에 일부에서는 인사청문회 전 조 후보자의 사퇴·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야당과 조 후보자를 지키려는 민주당의 기 싸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능력·자질검증보다 사생활 집중된 조국 인사청문회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은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 공세를 강화하며 자진 사퇴와 지명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의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 태스크포스(TF) 연석회의에서는 조 후보자의 △배우자·자녀 사모펀드 투자 논란 △논문 표절 의혹 △동생 부부의 위장이혼·위장거래 등이 집중 거론됐다.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는 "어린이에게 주식, 부동산, 펀드를 가르치는 것을 동물의 왕국에 비유했던 그가 자녀를 동원해 의혹 덩어리인 사모펀드 투기에 나섰다"며 "과거에 사사건건 주옥같은 말씀을 많이 남겼는데 그대로라면 사퇴는 물론 스스로 검찰청을 찾아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당은 조 후보자 딸 입시와 논문 표절 의혹에 비판 강도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고등학생 때 2주 인턴 과정으로 의학 논문 제1 저자로 올려주는 스펙 관리는 남의 자식은 안돼도 내 자식은 된다는 사고의 결정판”이라고 주장했다.

김진태 의원은 “조 후보자의 딸은 한 번도 시험을 봐서 진학한 적없다”며 “외고는 유학 전형 정원외, 대학은 논문으로 수시전형, 의전원은 면접전형으로 각각 입학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 때보다 10배는 더 심하다. 이 정도면 부정 입학 의혹이 충분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조 후보자 부친의 묘를 찾아 “묘비에 이혼한 지 4년이 된 동생의 전처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며 “위장이혼 의혹이 짙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를 향한 공세는 바른미래당, 평화당도 가세해 ‘조 후보자 불가론’을 주장했다.

정의당만이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심상정 대표는 “청문회 일정이 정해지면 소명을 들어보려고 한다”며 “청문회 결과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與 “정쟁에만 골몰” 직접 듣자

조 후보자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진 가운데 민주당은 “자질·능력 검증을 위한 인사청문회 취지와 달리 정쟁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이달 중 청문회를 열고 조 후보자의 말을 들어보자는 입장이다. 앞서 조 후보자는 불거진 의혹과 “청문회서 실체적 진실을 답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한국당이 인사청문회를 정쟁의 장으로 완전히 타락시켰다”며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사법개혁 의지와 법무부 수장으로서의 비전을 검증하는 자리이지 가족청문회나 신상 털 기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한국당 눈에는 조 후보자 동생 부부가 법무장관 후보자로 보이나”라며 “자질 검증은 뒷전이고 검증 대상도 아닌 가족에 대한 신상털이와 사생활 침해에만 혈안이 돼 있는데 그야말로 파렴치한 정치공세”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당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은 조 후보자 가족에게 쏟아진 각종 의혹을 점검한 결과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보고 조 후보자 지키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법사위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회의에서 “(조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검토한 결과 가짜 수준의 근거 없는 모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도 “딸 부정 입학 등은 명백한 가짜뉴스”라면서 “비판은 겸허히 받겠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 기한은 이달 말인데...여야 줄다리기로 언제 열릴지 미정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을 여야의 힘겨루기도 여전하다. 인사청문회법상 오는 8말까지 조 후보자 등 청문회를 끝내야 하지만 한국당은 9월이 지나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8월 27∼28일)과 민주당(8월 30일) 연찬회 등이 있어 9월 2일이나 3일에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연찬회가 예정된 30일에라도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법률은 지키자는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이 협의를 원활하게 해 대국민 언론 전만이 아니라 국회 내에 세심한 검증까지도 충실히 응해 주셨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인사청문회 후보자는 조 후보자 외에도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이정옥 여성가족부 △한상혁 방송통신위 △조성욱 공정거래위 △은성수 금융위 위원장 후보 등 총 7명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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