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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같은 정수기 기사라도 엇갈린 근로자성…사측 관리·감독 여부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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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교사 모집·관리하는 지점장, 근로자 불인정

法 "본사 관리·감독 받지 않고 수수료도 성과급 형식"

재택위탁집배원 근로자성 인정…"우체국서 관리·감독"

계약 형태보단 실질적인 종속관계 여부 판단해야

이데일리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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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느냐, 아니냐를 놓고 법원 판단이 엇갈리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 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법원이 근로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의 관리·감독 여부가 결론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는 최근 학습지 판매 및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A사의 지점장 B씨 등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지급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학습지 교사를 모집·관리하는 지점장들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간주한 셈이다.

“교사, 회원수 증가와 정착이라는 성과와 목표를 강조하는 등 관리·감독을 했다”는 1심과 달리, 2심은 B씨 등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사가 B씨로부터 활동 보고를 받은 적은 있으나 영업 실태 및 동향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 수집 차원에서 시행한 것일 뿐 강제성도 없었기에 관리·감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또 B씨 등이 지급받은 수수료 역시 기본급처럼 정해진 것이 아니라 실적에 따라 결정되는 성과급의 성격이 짙다는 점도 주된 요인이었다.

반면 대법원은 지난 4월 우체국 집배원의 일을 일부 위탁받아 수행하는 재택위탁집배원에 대해서는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우체국 측은 근로계약이 아닌 우편물 배달업무를 위한 위임계약이고 도급계약 성격을 띠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위탁계약에 따라 업무 내용과 범위, 처리 방식, 처리할 우편물의 종류와 양을 정한 점 등을 들어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계약 형태·형식보다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관리·감독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했는지를 판단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법원은 같은 정수기 설치·수리기사에 대한 근로자성 인정 소송에서 코웨이에 대해서는 근로자성을 인정했지만 청호나이스의 경우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두 판결은 회사의 관리·감독에 따른 수리기사들의 업무 자율성이 있는지 여부에서 갈렸다. 청호나이스와 달리 코웨이는 수리기사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업무 지시를 하고 평가하는 등 회사와 수리기사가 종속적인 관계에 있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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