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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독일, 30년 국채 '제로금리' 발행…獨 금리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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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초장기 제로금리 독일 국채 발행

"금리 하락 과도"vs"최소간 10년 마이너스 금리"

30년물 흥행 여부 따라 독일 국채금리 움직일듯

이데일리

△독일의 가장 큰 은행이 ‘도이체방크’[사진=AFP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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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독일이 21일(현지시간) 만기 30년짜리 초장기 국채를 제로금리(0%)로 발행한다. 오는 2050년 8월까지 20억유로(2조 6815억원) 규모의 돈을 빌리면서 단 한 푼의 이자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사태에 채권자들이 30년간 내 돈을 공짜로 빌려주는 시대가 됐다.

관건은 안전자산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어느 정도일 것이냐다. 시장 참여자들이 30년 이후에도 독일 국채 금리가 0%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생각한 시장 참여자들이 많다면 채권 발행은 성공이다. 반면 30년간 돈을 공짜로 빌려주는 것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앞선다면 국채 수요는 저조할 수밖에 없다.

30년이라는 먼 미래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금리 인식을 엿볼 기회이기도 하다. 당연히 이번 국채 발행의 성적표에 따라 현재 -0.6% 미만으로 떨어진 독일 국채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은 엇갈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번 채권 발행으로 2015년 4월 ‘독일국채 발작’(Bunt tantrum)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5년 독일국채 발작은 디플레이션 우려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여파로 10년만기 독일 국채 금리가 0.051%까지 하락했다가 가파르게 상승했던 시기를 말한다. 당시 금리 하락세가 지나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너도 나도 독일 국채를 매도한 게 영향을 미쳤다. 10년물 독일 국채 금리는 같은 해 6월 초 1%까지 도달한 후에야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금리전략 책임자인 랄프 프레우셔는 “마이너스 금리는 보험회사와 연기금의 수익률을 충족시킬 수가 없다”며 “독일정부는 시장 참여자들이 국채 매입을 포기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독일 국채 금리의 하락세가 과도했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지난 7월 독일정부가 발행한 30년 만기 채권 금리가 0.29%였다. 불과 한 달여만에 금리가 0.29%포인트(29bp)나 떨어졌다.

적자 재정에 부정적이던 독일정부가 방향을 틀어 적극적인 부양책에 나섰다는 점도 국채 금리 하단을 지탱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 주말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500억유로(약 62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기간 마이너스 금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마크 다우딩 블루베이 에셋 매니지먼트 최고 투자책임자는 “30년 동안 돈을 빌려줬는데 받는 금액은 더 적다는 것은 형편없는 것으로 느껴진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장기간 마이너스 금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고, 채권 발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의 부양책이 국채 금리에 미치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015년과 달리 이번에는 금리 인하가 함께 이뤄질 것이란 점에서다. 캐피탈 이코노미스트의 시모나 감바리니는 포브스에 “일본을 보면 통화정책이 완화적일 경우, 재정정책이 채권 금리를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ECB는 금리 인하를 포함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예고한 상태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독일의 10년 국채 금리가 2020년까지 마이너스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당장의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예상할 수 있다. 21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독일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현재 -0.147%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 금리가 이 수준을 유지한다면 이번 국채 구매자들은 발행과 동시에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요동치는 유럽 경제는 독일 금리를 더욱 짓누르는 요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를 둘러싼 치킨 게임은 거의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아일랜드 백스톱(backstop)을 다시 논의하자고 하자는 영국의 제안을 EU가 거절하자, 영국은 내달부터 브렉시트를 준비해야 한다며 EU 회의에는 대부분 불참할 것을 선언했다. 삐걱대던 이탈리아 연정은 결국 주세페 콘테 총리의 사임으로 붕괴됐다. 다수당인 오성운동은 좌파 성향인 민주당과의 새 연정을 꾸리려고 하지만, 성향이 정반대인 두 정당이 제대로 결합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독일 국채 금리의 향방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독일 국채 금리와 연계한 8000억원 규모의 파생결합증권(DLS)이 다음 달 만기를 앞두고 있다. 지표가 되는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0.2% 이상이면 연 4%가량의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0.2% 구간 밑으로 접어들면 원금을 까먹는 구조다. -0.2%보다 0.1%포인트씩 떨어질 때마다 20%씩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0.7% 선까지 독일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 원금을 모두 잃는 구조다. 현재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667%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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