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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북미협상 임박]北, 협상 앞두고 美비판 자제..'남한패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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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군사연습 기간 내내 南 겨냥해 비난 쏟아내

군사도발도 美 영향 없는 단거리미사일만 발사

겉으론 남측 압박..속내는 미국에 대화 촉구

이데일리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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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북한이 연일 남한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미국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북미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한 가운데 협상 파트너인 미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으면서 남한을 통해 간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북한이 미국과 친서를 주고 받을 만큼 관계가 개선된 만큼 남한의 중재 역할이 더 이상 필요없다고 보고 ‘남한 패싱’을 한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한미 연합지휘소훈련 마지막 날인 지난 20일 남한을 향해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이 도발적인 북침전쟁연습의 진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냈다”고 비난하며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 북남관계에 얼마나 큰 해독적 후과를 끼쳤는지 역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 남한 호전광들은 어리석은 행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이 시작된 지난 11일부터 시작해 거의 매일 남한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 담화문에서 청와대를 겨냥해 ‘겁먹은 개’, ‘바보’ 등 원색적인 말을 사용해 비판했다.

또 광복절 다음 날인 지난 16일에는 더욱 수위를 높였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 형식으로 ‘삶은 소대가리’, ‘뻔뻔스러운 사람’, ‘웃기는 사람’ 등의 말을 써가며 한미군사연습을 하면서 평화경제를 얘기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비난했다. 특히 조평통은 “남한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군사 도발과 관련해서도 7월 25일 이후 6차례에 걸쳐 12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쏘며 남한을 위협했다. 이번에 실험한 단거리 미사일은 남한 전역을 타깃으로 하고, 남한의 대북 미사일 방어 체제인 ‘킬체인’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한미군사연습이 남한과 미국이 함께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비난의 화살을 남한에게만 쏘고 있는 셈이다.

또 군사 도발 역시 미국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대해 ‘단거리’라서 미국을 위협하지 않기 때문에 별 문제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북한의 태도에 대해 북미실무협상을 앞둔 북한이 미국을 직접 자극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남한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을 직접 겨냥하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남한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상으론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남측을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오히려 우회적으로 미국과 대화를 빨리하자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남한의 중재 역할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진 만큼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상대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신범철 “한반도 상황을 북한과 미국의 1대 1 구도로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에 남한을 배제하려고 하고 남한과 미국의 틈을 벌리려 하는 것이 지금 북한의 행보”라며 “예전에는 ‘통미봉남’이라고 얘기해 왔는데 이를 통해 한반도의 주도권을 북한이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북미실무협상에서 성과가 나올 때까지 남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언론에서 통미봉남이라고 하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선미후남’”이라며 “미국과의 관계를 먼저 개선하지 않으면 개성공단이든지 금강산 관광이든지 또는 우리 기업들의 대북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지금은 남한과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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