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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日 집단적 자기검열…표현의 자유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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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일본 사회의 '집단적 자기 검열'이 표현의 자유를 강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쓰다 다이스케 와세다대 교수(45)가 21일 아사히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일본 공공예술 영역에서 자발적인 검열이 강화되고 있다"며 이렇게 비판했다.

이달 1일 시작된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는 '평화의 소녀상'을 포함해 기존에 전시가 어려웠던 작품을 모은 기획전인 '표현의 부자유'를 진행했다. 전시 시작과 함께 테러 위협 등이 빗발치는 데다 일본 정부에서도 전시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치 쟁점화되면서 '표현의 부자유'는 전시 오픈 사흘 만에 중단됐다.

쓰다 예술감독은 "나고야 시장이 (소녀상에 대해) '일본 국민 정서를 짓밟는 행위를 용인할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지금까지는 국가 권력 등이 표현 내용을 문제 삼는 것이 일반적인 검열의 이미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일본에서는 오히려 현장의 '집단적 자기 검열'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는 이른바 '손타쿠'를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작품은 피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는 얘기다.

쓰다 예술감독은 '표현의 부자유' 전시 중단과 관련해 테러 예고 등이 급증하는 '위기적 혼란'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량의 항의, 위협 전화는 물론 휘발유를 들고 가겠다는 등 테러 암시 연락이 조직위는 물론 관련 조직까지 쏟아졌다"며 "사실상 정상적인 조직위 활동이 어려울 지경이었다"고 설명했다.

쓰다 예술감독은 전시가 중단된 이유로 한일 관계 악화, 문화 사업에 대한 정치인의 개입 외에 전시 2주 전에 발생한 교토애니메이션 방화 사건의 영향도 컸다고 전했다. 지난달 18일 발생한 방화 사건으로 총 33명이 사망하면서 안전에 대한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테러 대비 등 안전 관련) 준비가 부족한 것은 인정하겠지만 대체 어떻게 준비했어야 했느냐"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세금이 들어간 행사에 대해 정치가나 공무원이 개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염려했다.

일본 내에선 이번 전시 중단이 표현의 자유를 후퇴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쓰다 예술감독은 "막대한 비용을 써 가며 경비하지 않으면 전시 자체를 할 수 없게 된 이번 사건이야말로 표현의 자유가 이미 후퇴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평화의 소녀상은 사회 관여형 예술"이라며 "소녀상 옆에 앉아 동일한 시선으로 사회를 보자는 의미가 있으며 여기엔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제 작품을 봤다면 작품 의도가 느껴졌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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