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맞춤 레시피 개발하는 AI로봇 기대 하세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지난 1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우정정보관에서 강재우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왼쪽)와 박동현 연구원이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강인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색창에 '레드와인'을 입력한다. 3500가지 식재료 중 레드와인과 가장 잘 어울릴 것으로 프로그램이 예측한 재료는 비프 스톡. 궁합을 점수로 나타내면 0.35점이다. 점수가 0.25점을 넘으면 잘 어울리는 재료 조합 상위 4%에 들어간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에 함께 사용된 적은 없지만 잘 어울릴 법한 재료 조합도 추천해준다. 술 종류인 진과 아쿠아빗(북유럽 지역 술), 샴페인과 레몬 소르베 등이 창의적인 추천 조합으로 꼽힌다.

박동현 연구원(28)을 포함한 강재우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연구팀은 이처럼 창의적인 식재료 조합을 추천해주는 인공지능(AI) 모델 '키친넷(KitcheNette)'을 개발했다. 키친넷은 '인공지능과 레시피 조합'이라는 의미와 취사시설이라는 중의적인 뜻을 담고 있다. 인공지능과 식품을 융합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으나 화학 성분을 분석해 유사한 성분을 지닌 식재료를 찾아주는 데 그쳤다. 성분을 일일이 사람이 입력해야 해 식재료 개수도 1000개에 불과했다.

지난 1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우정정보관에서 만난 박 연구원은 "원래 음식에 관심이 많아 맛집도 자주 찾아다니고, 수제맥주 관련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연구실에서도 로스팅된 원두를 가져와 직접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 마실 정도로 미식가인 그가 음식을 연구주제로 삼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니었다.

강 교수 지도로 박 연구원이 연구해온 분야는 '자연어 처리'다. 사람 언어로 쓰인 글을 컴퓨터가 이해하도록 만드는 인공지능 분야다. 박 연구원은 "레시피도 글로 쓰여 있으니 이 안에 들어 있는 식재료를 학습시키면 컴퓨터가 새로운 조합을 찾아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우선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레시피 100만여 개를 읽어들여 총 3500여 개 식재료를 뽑아냈다. 이 재료들을 2개씩 묶으면 총 636만여 개 조합이 나온다. 이 중 실제로 함께 자주 등장했던 조합은 전체 중 5%에 불과한 35만여 개였다. 박 연구원은 "나머지 95% 조합은 같은 레시피 안에서 사용된 적이 거의 없는 식재료 조합"이라며 "이 중에서 궁합이 좋을 수 있는 식재료가 나올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95%에 들어간 재료 조합에는 김치와 남미 특정 식재료처럼 지리·문화적 이유로 함께 사용될 일이 거의 없던 게 포함됐다.

연구팀은 35만개 조합으로 컴퓨터를 학습시켰다. 35만개 조합 중 70%를 보여준 뒤 나머지 30% 데이터로 결과를 예측하도록 했다. 이렇게 완성된 키친넷은 푸드페어링 권위자 캐런 페이지가 낸 가이드북 'What to Drink with What You Eat'가 소개한 식재료 조합과 동일한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 11일부터 엿새간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 인공지능 최고 권위 학술대회 중 하나인 '인공지능국제회의(IJCAI)'에 소개됐다. 연구팀은 같은 날 열린 소니 인공지능 워크숍에도 초청받아 논문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얻었다. 소니는 미국 카네기멜런대와 협약을 맺고 인공지능, 로봇공학과 식품 분야를 융합한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더 다양한 문화권 레시피를 연구하고 싶은 소망도 내비쳤다. "한국어·중국어로 된 레시피를 영어로 번역해 함께 조합하면 퓨전 요리에 쓸 수 있는 재료 조합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레시피를 개발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일대일로 식재료를 조합하는 데서 나아가 3개 이상 식재료 조합을 분석하고, 식품 조리법까지 고려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레시피에도 어느 정도 공식이 있는 만큼 로봇이 쓸 수 있는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며 "좋은 재료 조합을 바탕으로 컴퓨터가 레시피 초안을 제공하고, 사람이 그를 다듬는 협업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강인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