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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굳은 표정' 강경화, 평행선 달린 한일 외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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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베이징서 35분간 양자회담 진행

일본 수출규제, 강제징용문제 등 입장차 재확인

대화 필요성엔 공감…양국 접점찾기에 한계

이데일리

21일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 구베이수이전(古北水鎭)에서 ‘제9차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3국 회담을 마친 뒤 한일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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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하지나 기자] 한·일 외교장관이 3주만에 얼굴을 맞댔지만 서로의 간극만 확인했다.

특히 이번 만남은 22일 한일군사정보협정(지소미아) 연장 여부 결정을 앞두고, 이를 가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평가됐다. 하지만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과 무역보복조치 등으로 빚어진 한일 갈등의 해법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평행선 달린 한·일 외교장관

2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베이징 구베이수이전에서 이날 오후 2시께(현지시간) 부터 약 35분간 양자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동은 이달 초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만난 이후 3주 만이다. 하지만 양국의 입장차는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회담이 끝난 후 강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먼저 회담장을 나왔다. 그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에 대해 얘기를 나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짧게 대답 한 후 연장 여부에 대해선 “드릴 말씀 없다”고만 했다. 이후 고노 외무상도 모습을 드러냈지만 별다른 언급 없이 회담장을 떠났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일 양국은 일본 측 수출규제 조치, 강제징용 문제, 한반도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강 장관은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기로 각의 결정한데 대해 재차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상황의 엄중함을 지적하는 한편 지금이라도 해당 조치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고노 외무상도 자국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지소미아 연장에 대해서는 고노 외무상이 먼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논의는 기존의 입장을 설명하는 수준에서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은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나 일본 측의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경우 지소미아 파기도 가능하다는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전날 저녁 진행된 한·중·일 외교장관 만찬에서도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이 서로 침묵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환영 만찬은 주최 측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가운데 앉고 양옆으로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이 앉아 서로 말을 섞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화 필요성엔 공감…수출규제 당국 대화 복원 중요

그나마 양국이 지속적인 대화의 필요성을 공감했다는 점은 이번 회동의 소기의 성과로 꼽힌다. 강 장관은 수출규제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 수출 규제 당국 간의 대화가 조속히 성사될 필요성을 강조했고, 고노 외무상도 자국 기자들과 만나 이런 시기야 말로 교류가 필요하다며 외교 당국간 대화채널 유지의 중요성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전날 진행된 국장급 협의에서도 양측은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대화를 계속해 나기로 했다.

하지만 한·일 외교당국간의 대화만으로 한·일 갈등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규제 방침을 정한 일본의 경산성 측에서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의 진전을 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외교당국 간 대화를 복원 시켰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면서도 “수출규제 당국에서도 대화 복원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 정부가 전략 물자의 대일 수출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맞대응하면서 일본과의 대화를 유도하고 있지만, 일본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대법원의 배상 판결 문제를 지적하고 있어, 사실상 우리 정부측의 대안 마련 없이는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고노 외무상은 기자들과 만나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의 대응을 제대로 요구했다”면서 “한국에서 반일운동이 일어난 것과 관련해 일본인의 안전 확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성환 계명대 일본학 교수는 “최근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한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해 두번째 수출 허가를 했다”면서 “한국의 피해가 실질적으로 나타나게 되면 반일감정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명분은 그대로 가져가되 이런 식으로 소리없이 규제를 풀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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