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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정유라처럼 학위취소 마땅”… 고대생들 23일 촛불 든다 [커지는 조국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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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 중심 분노 확산 / 曺 후보자 딸 부정입학 의혹에 / 학내 게시판 “학교측 해명하라” / 학부모들도 “서러움 느껴진다” / 서울대생도 23일 집회 열기로 / “연구 2주 만에 논문 1저자 웬 말” / 석·박사 과정 연구자들도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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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씨의 부정입학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21일 학생들이 조씨의 모교인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생명과학대학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우리 부모님이 (조국 후보자 딸 관련) 기사를 보시면 속상하실 것 같아요. 세상은 공평하지 않네요.”(포털사이트 댓글)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28)씨의 부정입학 의혹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라고 정면 대응에 나섰지만 악화된 여론을 진정시키기는커녕 되레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다.

조씨가 졸업한 고려대 학생들 사이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씨의 영향력으로 이화여대에 부정입학했던 ‘정유라 사건’까지 거론되면서 학위 취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까지 추진되고 있다. 대학원생이 수년간 공부해도 등재될까 말까 한 의학논문 제1저자 자격을 고등학생 때 취득한 정황이 드러나고도 반성하지 않는 모습에 시민들은 그릇된 특권의식을 지적하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의 한 이용자는 21일 오후 ‘고대판 정유라인 조국 딸 학위 취소 촛불집회 관련 공지’ 게시물을 통해 “현재 2000명에 가까운 재학생 졸업생분들이 촛불집회 찬성에 투표해 주셨다”며 “일단 이번 주 금요일(23일) 촛불집회를 개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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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한 건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 이용자는 이날 오후 10시쯤 추가 공지를 통해 “비겁하지만 일개 로스쿨생으로서 제 차원의 집회 개최는 접고자 한다. 대신 촛불집회는 실제 금요일 중앙광장에서 개최되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힌 이후, 다른 재학생들 중심으로 촛불집회 준비가 이뤄지는 양상이다. 조 후보자의 모교인 서울대 학생들도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고 같은 날 교내에서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고려대 커뮤니티에선 학교 측이 입시부정 의혹에 대해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게재됐다. 한 이용자는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해 “학교 측이 2010학년도 입시자료라고 폐기했단 소리 하지 말고 제대로 해명해야 한다”며 “문제가 된 전형 합격자 전수조사를 한다면 정량적인 학생부, 어학 등 성적이 다른 지원자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지, 논문 실적 외 서류평가에서 좋은 평가 받을 요소가 있는지 등 확인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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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 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비판 여론은 고대 내부뿐 아니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조씨와 같은 해 대학 입시를 치른 자녀를 둔 최모(53)씨는 “(조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여러 가지인데 애들 입시 비리만큼은 정말로 큰 문제”라며 “동등하지 못한 기회로 조 후보자 딸이 대학 입학에 성공한 거면 다른 열심히 했던 사람들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짜고 치는 고스톱’에 우리 같은 학부모들과 학생들만 서러움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고등학교 1학년생을 자녀로 둔 한 학부모도 “이전에 조 후보자가 쓴 책도 읽고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논란으로 다른 부유층과 별다를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젊은 연구자들도 분노를 토로했다. 석·박사나 포스닥(박사 후 과정) 과정에 있는 젊은 생명공학인들의 커뮤니티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브릭) 게시판에는 성토 목소리가 잇따랐다. 자신을 10년 이상 생명공학 분야에서 일했다고 소개한 A씨는 “매일 밤을 새며 논문 한 문장을 쓸 때마다 남들이 봐도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인지 고민해서 쓴다”며 “연구에 2주 참여하고 논문을 써서 제1저자를 줬다고 하면 누가 이해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연구생 B씨도 “학술지에 여태껏 연구를 투고했던 연구자들의 노력을 한순간에 고등학생이 2주만에 쓰는 수준의 폐급으로 만들어버렸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승환·이강진·염유섭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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