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 구베이수이전에서 ‘제9차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3국 회담을 마친 뒤 한일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9.8.21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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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외교장관이 20일 징용 배상과 수출규제 문제 논의를 위해 만남을 가졌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계기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만나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 조치와 강제징용 대법원판결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그리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로 다가온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르면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논의를 거쳐 연장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청와대가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고려해 지소미아를 연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지소미아 연장 여부 결정 시한은 24일로, 이때까지 한일 양국 중 한쪽이라도 연장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협정은 자동으로 1년 연장된다.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이날 8월 들어 두 번째로 회담 테이블에 앉았다. 지난 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태국 방콕에서 만난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일본은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 대상인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기 직전이어서 논의에서 큰 성과는 없었다.
이날 양측은 각자의 입장을 설명하는 수준에서 논의를 마쳤다. 강 장관은 지난 6월 일본에 제안한 ‘1+1(한일 기업 공동기금 조성)’ 방안을 토대로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둘러싼 갈등의 해법을 찾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노 외무상은 강 장관의 요구에 전혀 호응하지 않은 채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문제는 모두 해결됐으며, 한국 대법원의 배상판결은 청구권협정에 반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노 외무상은 회담을 마친 뒤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명확하게 제시했다며 “이 문제가 한일 간의 최대 현안이라는 인식은 공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외교 당국을 통해 의사소통을 계속한다는 방침에는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또 수출규제 철회를 요구하며 수출규제 당국 간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고노 외무상은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출규제 문제 주관 기관은 경제산업성이라는 입장을 거듭 피력하며 논의를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노 외무상은 지소미아에 대해서는 “제대로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강 장관과 이 문제를 논의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강 장관의 요구와 반대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한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비롯한 반일 움직임에도 우려를 표명하고 한국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지소미아를 연장할지는 “검토 중”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발생하는 오염수 처분 계획에 관한 정보 공유를 요청하며 일본 측을 견제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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