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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우리 아이 이럴땐 어떻게?] 상냥한 할머니만 따르는 돌 지난 아기… 함께 뒹굴며 놀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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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Q. 13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친정어머니가 함께 살며 육아를 도와주시는데, 저는 깐깐하게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반면 친정엄마는 너그러우시니까 아이가 친정엄마한테만 가요.

A.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삼각관계라고 하지요. 건강한 발달을 위해선 긍정적인 수용과 한계선 설정이 둘 다 꼭 필요해요. 다만 할머니의 수용적인 태도도, 어머니의 생활지도도 지나쳐선 안 됩니다.

13개월 아기는 모르는 것이 많아요. 한 번 가르쳐 줬다고 다음에 잘할 수 있을 만큼 기억력이 발달한 것도 아닙니다. 반복해서 가르쳐 주되, 늘 '대안'을 주는 것이 적절합니다.

가령 그림을 그리라고 준 사인펜을 두들겨서 펜 끝이 망가졌을 때 "그렇게 하면 펜이 망가지니 이리 줘"라고 하기보다, 이런 흐름으로 지도해보세요. "두드리는 것이 더 재미있구나(감정 수용). 그러면 단단한 크레용으로 두드려 볼까(대안 제시). 사인펜을 두드리면 펜 끝이 망가진단다(생활 지도)."

그리고 무엇보다 신체적인 활동을 함께 하며 자주 놀아주세요. 영아와 놀이하고 뒹구는 시간을 충분히 갖게 될수록 어머니와의 애착은 안정적이 될 겁니다.

그런데도 아기가 할머니 품으로만 달려가면 엄마도 서운한 마음이 들 거예요. 그럴 땐 아이의 눈으로 관점을 달리해보면 어떨까요? 다음은 아기의 마음을 가정해, 엄마에게 쓴 편지입니다.

"엄마! 제가 할머니에게 자꾸 가서 너무 속상하죠? 그런데 저는 엄마가 말할 때 화를 내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그러면 나도 모르게 할머니가 보고 싶은걸요. 엄마가 싫어서가 아니에요. 엄마! 내가 미끄럼틀 타고 내려와서 엄마가 '와'하고 만세 불러줬을 때, 나를 꼭 안아줬을 때,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열 번도 넘게 읽어줬을 때 나는 엄마만 생각했어요. 내가 말하게 되면 '엄마 사랑해'라고 말해줄게요. 그때까지 기다려 줄 거죠?"

[이윤선 배화여대 아동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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