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행복입니다]
A.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삼각관계라고 하지요. 건강한 발달을 위해선 긍정적인 수용과 한계선 설정이 둘 다 꼭 필요해요. 다만 할머니의 수용적인 태도도, 어머니의 생활지도도 지나쳐선 안 됩니다.
13개월 아기는 모르는 것이 많아요. 한 번 가르쳐 줬다고 다음에 잘할 수 있을 만큼 기억력이 발달한 것도 아닙니다. 반복해서 가르쳐 주되, 늘 '대안'을 주는 것이 적절합니다.
가령 그림을 그리라고 준 사인펜을 두들겨서 펜 끝이 망가졌을 때 "그렇게 하면 펜이 망가지니 이리 줘"라고 하기보다, 이런 흐름으로 지도해보세요. "두드리는 것이 더 재미있구나(감정 수용). 그러면 단단한 크레용으로 두드려 볼까(대안 제시). 사인펜을 두드리면 펜 끝이 망가진단다(생활 지도)."
그리고 무엇보다 신체적인 활동을 함께 하며 자주 놀아주세요. 영아와 놀이하고 뒹구는 시간을 충분히 갖게 될수록 어머니와의 애착은 안정적이 될 겁니다.
그런데도 아기가 할머니 품으로만 달려가면 엄마도 서운한 마음이 들 거예요. 그럴 땐 아이의 눈으로 관점을 달리해보면 어떨까요? 다음은 아기의 마음을 가정해, 엄마에게 쓴 편지입니다.
"엄마! 제가 할머니에게 자꾸 가서 너무 속상하죠? 그런데 저는 엄마가 말할 때 화를 내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그러면 나도 모르게 할머니가 보고 싶은걸요. 엄마가 싫어서가 아니에요. 엄마! 내가 미끄럼틀 타고 내려와서 엄마가 '와'하고 만세 불러줬을 때, 나를 꼭 안아줬을 때,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열 번도 넘게 읽어줬을 때 나는 엄마만 생각했어요. 내가 말하게 되면 '엄마 사랑해'라고 말해줄게요. 그때까지 기다려 줄 거죠?"
[이윤선 배화여대 아동보육과 교수]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