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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화학적 거세 42명 중 재범 0···여성범죄자도 거세받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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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거세 어떻게 하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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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개인의 신체에 약물을 주입하여 범죄를 통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의견이 따른다. 김대근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은 성범죄자의 자발적 동의를 전제로 처방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약물치료는 절도범의 손을 자르는 것처럼 야만적이고 과도한데 그 효과도 제한적이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강간‧강제추행 등 발생 건수는 2015년 2만1286건과 2016년 2만2200건, 2017년 2만4110건으로 늘고 있다.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간음‧강제추행 등 사건은 2015년 983건과 2016년 912건, 2017년 981건으로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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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줄지 않는 성범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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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조선대 법과대학 교수도 “1800년대 후반 이탈리아 범죄학자 롬브로소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유전적으로 저지르게 돼 빵 하나를 훔치더라도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 화학적 거세가 그런 사고에서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폴란드‧체코를 제외하면 대부분 유럽 국가들은 성범죄자 동의에 따라 화학적 거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동의 없는 화학적 거세 제도를 도입했다가 위헌 결정에 따라 폐지된 국가도 있다.

반면 미국은 캘리포니아‧플로리다‧몬태나‧아이오와주 등 지역에서 성범죄자 동의 없이 화학적 거세가 가능하다. 주로 아동에 대한 성범죄자를 저질렀을 때 치료 명령을 내린다. 성범죄자가 물리적 거세를 선택하면 화학적 거세는 면제해 주는 지역도 있다.

한국에서는 성충동 약물치료가 맞지 않는다며 거부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2018년 1월에는 국립법무병원에서 징역 5년형을 마친 성범죄자가 성충동 약물치료를 거부해 출소 직후에 체포됐다. 치료 명령을 받은 자가 도주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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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018년 9월 서울 동대문구 서울보호관찰소 및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열린 전자감독제도 시행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일체형 전자발찌를 살펴보고 있다. 새로 개발된 일체형 전자발찌는 휴대전화 유기로 인한 위치추적 불가 문제를 일소했고, 스트랩 내 금속 삽입물의 두께를 3배 보강해 훼손은 어렵게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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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를 거부하는 성범죄자와 유사한 처벌이다. 해당 성범죄자는 당시 국립법무병원 직원들이 약물 투여 전에 부작용 검사를 시도하자 이를 거부해 기소됐다.

연간 500만원하는 성충동 약물 치료가 주사비용 외에 정기적인 상담비, 보호관찰 인력 등을 고려하면 비용이 훨씬 더 든다는 지적도 있다. 성충동 약물치료를 하려면 인지행동과 심리치료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예를 들면 성충동을 느끼고 아동을 상상하는 성범죄자는 상담과 인지치료를 통해 대상을 성인으로 바꾸는 노력이 들어간다. 부작용 검사도 의사 진단으로 월 1회 실시하게 돼 있다.

화학적 거세자를 관리하는 법무부 소속 보호관찰관 5명을 면담한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전자발찌를 착용하는 성범죄자를 관리하는 사람보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 화학적 거세자를 담당한다”면서도 “재범자가 나오지 않게 하려고 엄청난 스트레스 받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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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충동 약물 치료 명령 부과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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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식적으로 2011년 이후 화학적 거세를 받은 42명 중 재범자는 0명이다. 재범자가 최초로 1명 나온다면 관리하는 사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어 부담을 느낀다는 의미다.

이 연구원은 “화학적 거세 적용을 늘리자는 정책을 편다면 현재 운영하는 제도로는 비용도 많이 들고 소모되는 인력도 많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도 밝혔다. 재범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발적 화학적 거세 연장 신청자는 인지행동‧심리치료 등을 생략하는 등 간략하게 줄이고 민간 병원 접근성도 확대하자는 대안도 나올 수 있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도 “화학적 거세자에 대한 재범 통계가 나올 만큼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다”며 “실제 약물의 효과인지 알기 위해 무작위로 성분 없는 약을 주고 어떤 상태가 나타나는지도 비교해봐야 하는데 아직 그런 연구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엔 남아(南兒)를 대상으로 한 여성 성범죄자 사건도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어 화학적 거세가 여성에게도 적용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간음‧강제추행’ ‘청소년에 대한 강간‧간음‧추행’ 등 범죄를 저지른 여성 피의자 검거 인원이 2015년 79명, 2016년 85명, 2017년 91명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2017년 같은 범죄에 대해서 남자 검거 인원은 3563명으로 2.2% 수준에 불과하지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여성 성범죄자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여론의 관심은 높아진다.

2017년 경남지역에서 초등학생 남학생과 9차례 성관계를 가진 30대 여교사에게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명령을 내렸다. 2018년에는 경기 북부 지역 학원 여강사가 초등생 제자 2명과 성관계를 맺어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경기 북부 지역 보습학원에 근무하는 20대 여강사는 초등학교 5학년인 남학생을 학원 창고 등에 데려가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질렀다. 남학생은 “선생님은 성인인데 이건 좀 아니지 않냐”고 항변했고, 강사는 “내 남편이 이걸 알면 널 죽일 거다”고 협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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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충남 논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여교사 A씨가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A씨와 제자 B군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내용 캡처.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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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여강사에게 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청구했지만 법원은 초범이고 습벽(習癖‧오랫동안 자꾸 반복하여 몸에 익어 버린 행동)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를 기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성 평균치에 비하면 훨씬 적은 양이지만 여성도 테스토스테론에 따라 성충동이 일어난다”며 “아동 대상 여성 성범죄가 늘어난다면 화학적 거세를 받는 여성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관련 법에도 남성과 여성 구분 없이 19세 이상 성범죄자라면 화학적 거세 결정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상·정진호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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