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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기금으로 직원 휴대폰값 낸 사학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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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로 등산점퍼 구입하고 임원 3명 아파트 월세 유용

교육부 감사서 방만 운영 적발…무담보 112억 융자도

정부에서 기금을 받아 사학에 각종 융자사업 등을 집행하는 공공기관인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온갖 비리 행태가 교육부 종합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재단 직원들은 기금을 유용해 개인 휴대전화 할부금을 내거나 등산점퍼를 사 입는 데 쓰기도 했다. 상환 계획이 불투명한 대학에 100억원이 넘는 기금을 융자해준 사실도 적발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교육부가 22일 공개한 재단 종합감사 결과를 보면, 재단은 임원 3명의 아파트 월세 4425만원을 근거 없이 지급했다. 임원들에게 호텔 숙박비와 조식비로 211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관련 직원 11명을 경고 조치하고 부당 지급된 4636만원을 당사자들로부터 환수토록 했다.

재단 직원들이 기금을 사적으로 횡령해온 사실도 여러 건 적발됐다. 직원 14명은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휴대전화 할부금은 물론 소액결제 비용까지 기금에서 빼내 썼다. 이렇게 쓴 돈이 504만원에 달한다. 직원 2명은 휴가를 부당하게 사용한 뒤 연차수당 명목으로 75만원을 타냈다. 무려 15개 부서가 직원 개인이 사적으로 쓴 카드 영수증을 마치 공적 용도로 지출한 것인 양 제출해 488만원에 달하는 부서운영비를 더 타냈다.

재단도 기금이 ‘눈먼 돈’인 듯 방만하게 썼다. 재단은 팀장급 직원들을 격려한다는 명목으로 상품권 110만원 상당을 구매한 뒤, 이를 감추기 위해 임직원 간담회에 필요한 다과를 구입한 것처럼 허위 문서를 꾸몄다. 공공기관이 분식회계를 한 것이다.

또 직무관련 교육을 한다는 명목으로 지출 근거가 없는 돈으로 707만원 상당의 등산점퍼를 구매해 직원들끼리 나눠 가졌다. 퇴직직원 4명에게 기념품을 준다며 280만원 상당의 물품을 기관운영비에서 구매해 지급했다.

인사관리를 엉망으로 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내부 3급과 4급 승진 대상자 4명의 경력평정 점수를 부적정하게 부여한 뒤 승진순위를 조작해 이사장한테 제출했다가 적발됐다. 2017~2018년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는 모든 전형이 끝난 뒤 기존 신규채용 시험에서 탈락한 2명을 임의로 채용했다. 재단 직원 32명을 채용하면서 채용에 필요한 신원조회를 하지 않거나 채용한 후 뒤늦게 신원조회를 요청한 사실도 확인됐다.

핵심업무인 기금 운용도 부실했다. 차입금 상환 이행각서를 받지 않고 5개 사학기관에 총액 186억원의 기금을 융자했다. 모 대학에는 융자금 회수를 위한 아무런 담보도 없이 학교이전융자금 등으로 112억원을 빌려줬다가 아직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 사건과 관련된 직원 3명을 해임 처분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41개 사학에 융자금을 주고서는 1년이 지난 뒤에야 현장조사에 나가는 등 업무 태만도 적발됐다. 2015년엔 교육부로부터 사학 수익용기본재산 보유현황 접수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면서 사학이 제출한 재산 증빙자료가 부실한데도 78억원 상당의 수익용기본재산을 등재해주기도 했다.

재단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기금 운용 및 집행 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될 수 있을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사학혁신안을 발표하면서 폐교하는 대학의 후속 처리 등을 위해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한국사학진흥재단에 운용을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단 이사장직은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여당 출신의 지병문 이사장이 맡고 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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