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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전학한 학생선수 전국대회 출전 제한 규정 과도…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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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대한체육회에 관련 기준 개선·구제절차 마련 등 권고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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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등학교 1학년부터 5학년까지 학교 운동부에서 유일한 여학생 선수로 활동했던 ㄱ(12)양은 지난해 10월 여학생만으로 꾸려진 운동부가 있는 다른 학교로 전학했다. 이후 ㄱ양의 부모는 올해 5월에 개최된 전국소년체육대회(소년체전)에 나가기 위해 대한체육회에 문의했다가 출전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해 소속이 변경된 것이 원인이라고 했다.

#2.

고등학교에서 운동부 선수로 활동하는 ㄴ(18)군도 전학을 이유로 지난 5월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예선전에 참가하지 못했다. 올해 3월 사업을 하는 아버지 문제로 부득이하게 온 가족이 모두 이사하면서 다른 학교로 소속팀으로 변경된 탓이다. 지난 2월 다른 고등학교로 전학한 ㄷ(18)양 또한 전학을 이유로 이번 달에 열린 전국체전 예선전에 참가하지 못했다. ㄷ양 역시 중학교 운동부 코치였던 아버지가 다른 학교로 전출되면서 어쩔 수 없이 학교를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 세 명 학생들의 부모는 지난 6월 “올해 4월과 5월, 6월에 걸쳐, 전학을 이유로 전국체전과 소년체전에 참가하지 못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 학생들이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 참여하지 못한 건 대한체육회의 규정 때문이다. 2019년 전국체전과 소년체전 참가자격 제한 기준을 보면, 초·중·고등학교 재학 중인 학생 선수가 대회 개시일 기준 만 1년 미만 안에 타 시·도로 전학해 클럽팀을 변경할 경우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학생 선수가 전학하는 경우 대회 참가를 1년여간 제한하는 것은 지방체육의 균형발전과 지역 간 무분별한 스카우트 방지 등을 목적으로 시·도체육회와 시·도교육청 등의 요청 때문에 불가피하게 운영하는 것”이라며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별도 예외사유를 규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말한 별도의 예외사유는 △학생 선수를 포함한 전 가족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한부모가족에 해당해 생계유지를 위해 전·출입이 확인된 경우 △직장 내 근무지의 인사이동으로 부득이하게 전 가족이 거주지를 이동할 경우 △개인사업자가 생계유지를 위해 부득이하게 전 가족이 거주지를 이동할 경우 등이다.

하지만 인권위는 대한체육회의 규정이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22일 “대한체육회의 대회 참가 제한 기준은 학생 선수들의 불가피한 개인적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고, 제한 기간도 1년으로 상당히 길어 학생 선수들의 대회 참가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등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대한체육회에 관련 기준 개선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제절차 마련을 권고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피해자들의 경우 △성별을 고려한 전문 운동부로의 이전 △가족의 거주지 이전 △지도자와의 갈등 등의 전학 이유를 지니고 있어 대한체육회에서 정한 별도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았다. ㄴ군은 개인사업자인 아버지가 기존 사업장을 폐업하고 다른 곳에서 새로 사업자등록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는 이유, ㄷ양은 아버지가 같은 직장 내에서 옮긴 게 아니라는 이유로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학생 선수의 현실적 불이익 △모든 국민에 대한 스포츠 보급이라는 전국종합체육대회의 목적 △학생 선수의 자기결정권과 아동권리협약의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대회 참가 제한 기준은 학생 선수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기준과 별도의 제도적 보완장치를 가지고 운영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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