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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고교생이 1저자’ 조국 딸 논문에 나랏돈…재단 “부정 땐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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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교수 지원사업 성과물로 제출

교신저자 “애 대학 가는데 써야하고…”

나랏돈이 ‘고교생 스펙쌓기’에 활용

한국연구재단 “합당한 조처 할 것”



한겨레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28)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이 나랏돈 2500만원이 지원된 신진교수 연구지원사업의 성과물로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진학자의 연구를 지원하는 사업비가 결과적으로 고교생 ‘스펙 쌓기’에 활용된 셈이다. 한국연구재단은 “단국대 윤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연구비 환수 등 합당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2일 한국연구재단 등을 취재한 결과, 조씨가 제1저자로 기재돼 2009년 대한병리학회 학회지에 등재된 영어 의학논문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은 한국연구재단에서 ‘기초과학분야 신진교수 지원’ 목적으로 연구비 2500만원을 지원한 과제의 성과물 2건 중 하나로 먼저 제출됐다. 준정부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은 당시 매년 교원으로 임용된 지 5년 이내 연구자에게 2천여만원의 신진교수 연구지원비를 지급했다.

연구비 지원 신청자는 조 후보자 딸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단국대 의대 김아무개 교수고, 연구비는 2006년 7월~2007년 6월 사이 1년 동안 지급됐다. 김 교수는 이 논문을 결과물 제출 기한(2009년 6월말)을 석달 지난 2009년 9월 연구재단에 제출했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23일 “김 교수는 기한 내에 논문을 제출하지 못해 다른 보고서로 평가받았다”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 딸을 제1저자로 ‘밀어준’ 연구책임자(교신저자)인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는 전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논문을) 외국 저널에 실으려고 계획을 했는데, 얘(조 후보자 딸)가 와서 일하고, 대학 가는 데 써야 되잖아요. … 그래서 빨리 싣는 쪽을 택해 국내 저널로 (등재)했다”고 말했다. 나랏돈인 신진교수 연구지원비가 투입돼 작성된 논문이 조 후보자 딸의 대학 진학에 도움을 주는 쪽으로도 활용됐다는 점을 연구자 스스로 밝힌 셈이다. 생명과학 연구자들 커뮤니티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브릭’에서 한 연구자는 “혈세로 이루어진 연구비가 개인의 욕망에 사용됐다”며 “한국연구재단은 단국대에 연구부정 등에 대한 조사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딸의 논문이 애초 연구비 신청 때 제출한 연구주제와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2006년 연구사업에 지원하면서 연구주제로 ‘흰 쥐의 뇌 활동 관련 연구’(엘피에스(LPS)로 감작된 신생 흰쥐에서 스테로이드가 뇌의 백색질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발생학적 연구)를 제시했는데, 제출된 연구결과물은 동물실험이 아닌 신생아에서 혈액을 채취해서 유전자를 분석한 것이기 때문이다. 의학계 연구자들은 “연구과제와 제출된 논문이 서로 관계가 없는 연구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연구주제로부터 파생된 연구로 보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논문 제출 기한이 지난 2009년 12월 대한체질인류학회지에 발표한 흰쥐 관련 논문(‘덱사메타손이 신생 흰쥐의 O1 혹은 O4 면역 반응성 희소돌기아교세포의 발달에 미치는 효과’)을 추가 제출했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해당 논문이 연구윤리를 어겼는지에 관한) 단국대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문제가 있을 경우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연구비 환수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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