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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다이어트 후유증으로 하지정맥류 악화 … 무리한 하체운동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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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중학교 교사 안모 씨(여·41)는 작년 겨울부터 왼쪽 다리의 혈관이 튀어나와 보이는 하지정맥류 증상이 나타나 마음 고생이 심하다. 올해 여름은 특히 힘들었다. 튀어나온 혈관을 남들이 볼까봐 덥고 습한 날에도 긴 정장바지만 입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1주일 전부터는 증상이 더 악화돼 가늘게 보이던 혈관이 더 굵어졌고, 다리가 아프면서 저리는 증상까지 동반됐다. 살을 뺀다는 이유로 헬스장에서 무리하게 스피닝(고정식 자전거를 엉덩이가 닿지 않게 달리는 운동)을 한 게 화근이었다. 증상은 점차 악화되고 있는데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병원 방문을 미루고 있다.

인체 정맥 중 하지정맥은 중력 반대 방향인 심장 쪽으로 혈액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위로 올라간 피가 중력에 의해 다시 밑으로 내려가 역류하지 않도록 하지정맥 속에는 얇은 판막이 존재한다. 나이가 들면 이 판막이 약해지고 정맥의 탄력이 감소해 혈액이 역류하게 된다. 이럴 경우 정맥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면서 정맥이 확장돼 외부로 검붉은 혈관이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와 보이는 하지정맥류가 생길 수 있다.

최근엔 다이어트를 위해 스피닝 같은 고강도 운동을 하다 정맥류가 오는 사례가 많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스피닝은 엉덩이를 안장에 대지 않고 다리 힘만으로 페달을 밟는 것으로 운동효과는 좋지만 다리에 하중이 집중돼 하지정맥류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고열량·고지방 식품을 자주 섭취하면 혈관이 끈적해져 하지정맥 순환에 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밖에 초음파와 혈관검사기기를 활용한 검진 수요가 늘고, 방바닥에서 자고 생활하는 온돌식 문화가 침대·의자 위주의 서양식 좌식생활로 바뀌면서 하지근력이 약해진 것도 환자가 증가한 원인으로 꼽힌다.

장시간 서 있는 업무환경, 운동부족, 과체중, 피임약 및 여성호르몬제 장기복용, 하이힐 착용 등도 정맥류 발병과 연관된다. 유전적 소인도 작용해 전체 환자의 20~50%가 가족력을 갖고 있다. 하지정맥류 초기엔 외관상 보기 흉한 미용적인 문제 외에 별다른 불편함을 주지 않아 방치하기 쉽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다리에 혈액이 고여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듯 다리가 무겁고 쉽게 피로해진다. 심할 경우 다리와 발에 난치성 피부염, 혈전성 정맥염, 궤양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진행 정도에 따라 푸른 힘줄이 보이지만 겉으로 튀어나오지 않은 실핏줄 상태인 1기, 혈관 직경이 2㎜ 이하의 거미 모양 정맥(거미상정맥)인 2기, 푸른 힘줄이 세 줄기 이상 돌출되고 직경이 라면 면발과 비슷한 2~3㎜이면서 꼬불꼬불한 3기, 힘줄이 우동 면발 수준인 4~5㎜이면서 여러 개 뭉친 4기, 힘줄이 손가락 굵기인 5기로 분류된다.

대한정맥학회는 3기 이상 정맥류이거나, 하지정맥 혈액이 역류하는 시간이 0.5초 이상이거나, 심한 피부변색 또는 혈전이 동반된 환자에 한해 수술을 권장하고 있다. 심영기 원장은 “단순 근육통을 하지정맥류로 오진해 무리하게 수술하는 사례가 적잖다”며 “육안으로 굵게 튀어나오고 꼬불꼬불한 정맥이 보이지 않고 다리가 아프기만 한 것은 하지정맥류가 아닌 근육통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1~2기의 경미한 하지정맥류는 혈관경화제 주사요법으로 치료한다. 이 치료법은 경화제를 주입해 보기싫은 혈관을 굳혔다가 서서히 없어지게 하는 방법이다. 1~2㎜ 굵기의 실핏줄이 보기 싫게 퍼져 있는 환자에게 미용 목적 치료로 적합하다. 중증인 환자는 레이저 및 고주파수술이 효과적이다. 레이저수술은 정맥 내에 레이저 카테터를 삽입, 정맥을 열응고시켜 하지정맥류 증상을 개선한다. 고주파치료는 전기고주파로 늘어진 혈관을 좁게 만들어준다. 이들 치료는 통증이 덜하고, 멍이 들지 않으며, 하루나 이틀 정도만 휴식해도 될 정도로 회복이 빠른 게 장점이다. 이밖에 정맥이 손가락만큼 굵어진 경우 문제가 되는 혈관을 묶어주는 결찰술로 치료한다. 필요에 따라 줄기세포를 환부에 주입해 조직재생을 유도함으로써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심 원장은 “하지정맥류를 예방하려면 걷기나 조깅 등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해주고, 오래 서 있어야 할 땐 틈틈이 뒤꿈치를 들어올려 종아리근육을 움직여주면 된다”며 “잠들기 전 벽에 다리를 올리고 20분가량 휴식을 취한 뒤 발목 밑에 담요나 베개를 두고 잠이 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이 하지정맥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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