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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세계가 주목한 범죄 예방 ‘생활안심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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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고l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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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서울시 ‘생활안심디자인’이 미국 환경경험디자인협회의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공공디자인 부분 최고상인 ‘실비아 해리스 어워드’를 국내 최초로 받았다. 올해 출품된 전 세계 341개 작품 중 가장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준 단 한 작품에만 주는 매우 뜻깊은 상이다.

생활안심디자인은 디자인으로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서울시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의 대표 사업으로, 2012년부터 추진한 ‘범죄예방디자인’의 이름을 바꾼 것이다. 범죄 심리를 위축시켜 범죄 발생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하는 디자인으로, 시는 범죄발생률이 높은 지역에 디자인을 입혀 시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서울시는 생활안심디자인 대상지가 선정되면 공청회와 설문조사를 벌여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지역의 특징·범죄 유형·주민 두려움 요소 등을 면밀히 분석해 각 지역에 맞는 디자인 해결책을 내놓는다. 이 과정을 통해 시는 생활안심디자인 원형(프로토타입)을 개발해 확산해왔으며,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제3회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에서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올해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고상의 영예를 안은 성동구 금호4가동 사례는 서울시의 60번째 생활안심디자인 대상지이다. 금호동은 1990년대를 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인기 드라마 <서울의 달>의 배경지로, 이른바 달동네라 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재개발로 고층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섰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채 여전히 드라마 속 모습인 금호4가동은 재개발이 유보된 낡은 주택들 밀집 지역이다.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집은 점점 더 빨리 낡아가며 낮에도 주거침입 같은 범죄가 벌어져 주민들 불안감도 높아졌다. 가장 큰 불안 요소는 비슷한 모양의 다세대주택이 모여 있고, 주변에 상징적인 지형지물이나 상업시설이 부족해 위급할 때 자신의 위치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점은 오래된 구시가지에 흔한 문제이기도 하다.

시는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주소 안내판을 집 외벽 위쪽에 붙이는 ‘스카이라인 주소 안내 사인 시스템’을 새로 시작하며 이 문제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 이 밖에도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 입구 안내 사인, 안전펜스, 동작 감지 조명, 관제센터에서 현 상황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말하는 CCTV’ 등 다양한 디자인 해법을 통해 마을의 환경을 개선했다.

이와 함께 지역 문제를 주민과 함께 해결해나가는 지역공동체 활동을 유도해, ‘우리 마을 안전을 위한 문단속 캠페인’을 통한 ‘문 닫기 교육’을 하고, 주민들이 스스로 낡은 대문을 새로 칠하며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단순히 생활환경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인식 전환도 함께 이루어져야 모두가 안심하고 생활하는 마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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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이번 생활안심디자인 사업을 통해 금호4가동 약 0.84㎢ 일대에 사는 주민 2231명 모두가 안전하게 생활하고, 자신이 사는 지역에 애착과 공동체 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상을 받았으며, 심사위원들은 선정 이유를 현대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인 ‘안전’과 ‘삶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12년 마포구 염리동을 시작으로 금호4가동까지 60개소로 확대된 서울시 생활안심디자인은 단순한 범죄 예방을 넘어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디자인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서울시는 국내외 최초로 지난해 1월 제정된 ‘서울특별시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조례’와 내년에 수립될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기본계획’ 등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범죄, 학교폭력, 치매, 스트레스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정책으로 시민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선제적 도시행정을 해나갈 것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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