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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김슬기 “겁나서 오줌 지리는 남자 광대 역할도 잘할 수 있는데…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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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들: 풍문조작단’의 홍일점 광대 ‘근덕’ 역

무녀·문수보살 등으로 신통방통 변신

‘국민 욕 동생’답게 맛깔난 욕설도 눈길



한겨레

“어디서 호작질이야? ×방맹이를 확 칼로 회 쳐서 개를 줘버릴까 부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이하 <광대들>)에서 권력자의 성희롱을 입이 떡 벌어지는 걸쭉한 ‘욕설’로 따끔하게 혼내는 이 한 줄의 대사로 배우 김슬기(28)는 작품 전체를 씹어 먹는 존재감을 발산한다. 그가 아니면 어떤 여배우가 사투리 섞인 욕설을 이리도 맛깔나게 내뱉을 수 있을까.

영화 <광대들> 개봉 첫날인 21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마주한 그는 “제가 만든 대사다. 어떻게 하면 욕 대사를 더 재밌게 할까 고민을 많이 한 뒤 3안까지 준비했는데, 감독님이 이걸로 최종 낙점했다. 제 고향인 부산 쪽 사투리가 워낙 거친데 그런 부분을 특화해 만들었다. 칭찬 감사하다”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하긴 배우 김슬기의 얼굴을 널리 알린 티브이엔(tvN)의 <에스엔엘 코리아>(2011)에서부터 코믹하고 차진 ‘욕 실력’을 뽐내며 한때 ‘국민 욕 동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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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대들>은 세조실록에 기록된 기이한 현상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팩션 사극이다. 풍문을 조작해 민심을 흔드는 조선 제일의 광대패 5인방이 권력 실세 한명회(손현주)에게 발탁돼 조카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세조(박희순)를 위한 미담을 만들어 역사를 바꾸려 한다. 김슬기는 광대패의 홍일점이자 만능 재주꾼 ‘근덕’ 역을 맡았다.

“제 입으로 이런 말 좀 그렇지만, 제가 감독님의 ‘원픽’이었대요. 근덕 역할은 목소리가 단단한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제가 그런 이미지였나 봐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무게중심이 잡혀 있는데다 조선 시대인데도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인 점이 마음에 꼭 들었어요. 극 중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한다는 점도 좋았고요.”

김슬기의 설명처럼 영화 속 ‘근덕’은 각종 ‘미담 조작 계획’에 따라 때로는 작두를 타는 무녀로, 때로는 어린아이 모습의 문수보살로, 때로는 황금빛 나는 부처로 신통방통한 변신을 한다. “와이어에 매달려 작두도 타고 5m 넘게 공중 부양도 했어요. ‘무섭거나 힘들지 않았냐’고들 하시는데, 저는 너무 재밌었어요. 제 무게감에 끌어올리는 분들이 힘들지 않았을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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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이 연기 잘한다고? 큰 칭찬이죠”
“여배우에게도 개성 강한 역할 맡기길 바래”

코믹 연기로 잘 알려진 탓에 사람들에게서 ‘코미디언이 연기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는 김슬기. “코믹 연기를 너무 잘해 코미디언이라 생각해주시는 건 큰 칭찬이라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코미디를 좋아하긴 해요. 사람들이 웃어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그게 바로 광대(배우)의 본분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을 찍으며 그는 “광대의 역할, 즉 현대의 배우 역할에 대해 진지한 고민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에스엔엘 코리아> 김슬기’를 제일 많이 떠올리지만, 사실 그는 ‘장진 사단’의 일원으로, 연극 <리턴 투 햄릿>(2011)으로 데뷔했다. 대학 때 뮤지컬을 전공한 장기를 살려 뮤지컬 <디셈버>, <투모로우 모닝> 등에도 출연한 바 있다. “무대에 서는 게 너무 좋아요. 지난해에도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 <앙리 할아버지와 나>로 연극 무대에 섰어요. 좋은 작품이 있다면 앞으로도 언제든 무대는 오케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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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배우들이 로맨틱코미디의 청순가련형 주인공을 선망하는 것과 달리 김슬기는 ‘특이한 배역’을 좋아한다.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귀신 역할도 했잖아요. 여배우에게도 개성 강한 역할을 많이 주면 좋겠어요. 남자 배우들 배역을 보며, ‘나도 잘할 수 있는데…’ 하며 입맛을 다시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알라딘>의 ‘지니’ 같은 역할? 저 정말 잘할 수 있거든요? 하하하.” <광대들>에서는 고창석이 맡은 ‘홍칠’ 역이 제일 탐났다는 그는 그 이유로 “(겁에 질려) 오줌 지리는 장면에서 확실히 잘 지릴 수 있을 것 같다”며 폭소를 터트렸다.

이렇게 똘똘하고 당차고 거침없이 할 말을 이어가던 그는 “원래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는 당황스러운 고백을 했다. “저는 ‘내성적 관종’이에요. 부끄러움과 수줍음이 많은데, 한편으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하는? 좀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배우 중에 저 같은 ‘내성적 관종’이 은근히 많아요. 딱 보면 ‘어, 나랑 같은 과네~’라며 서로를 알아본다니까요. 하하하.” 이것 말고도 “주당일 것 같은데 술을 거의 못 마신다는 점, 똑 부러지는 목소리와 달리 흐리멍텅한 허당이라는 점, 욕을 잘할 것 같지만 평소엔 절대 안 한다는 점” 등을 스스로의 ‘반전 매력’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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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꼭 하고픈 작품을 묻자 망설임 없이 ‘뮤지컬 영화’를 꼽는 김슬기. “한국에선 왜 뮤지컬 영화가 안 만들어질까요? 예를 들어 <겨울왕국>의 눈사람 ‘올라프’ 역할, 너무 탐나요. 근데, 전 왜 자꾸 사람 아닌 역할에 끌릴까요? <리턴 투 햄릿>에서 ‘햄릿의 칼’로 데뷔했고, <에스엔엘 코리아>에선 ‘여의도 텔레토비’의 ‘또’였잖아요. 아, 이게 내 운명이란 말인가! 하하하.”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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