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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의학논문 가이드라인 "제1저자는 연구에 가장 큰 기여자···‘선물 저자’는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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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하상윤 기자


“부족한 인물을 연구자와 친분으로 저자에 포함시켜 주는 것은 부당한 저자표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고등학생 때 2주간 참여한 인턴십으로 한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등록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확산하는 가운데, 제1저자를 비롯해 논문저자 등록 요건을 엄격히 한 대한의학학술지 편집인위원회(KAMJE)의 ‘출판윤리 가이드라인’이 관심을 끈다. 이 협의회는 국내 의학 학술지의 편집 규정 등을 협의하는 기관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2005년 ‘황우석 서울대팀’의 논문 조작 사건 등을 계기로 2008년 초에 만들어졌다.

◆“연구자의 개인적 친분으로 부족한 인물을 연구자로 포함해주는 ‘선물저자’ 행위 부당”

22일 대한의학학술지 편집인위원회가 발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의학논문 저자는 학술적 개념과 계획, 분석에 상당한 공헌을 한 사람으로 등록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대한의학학술지 편집인위원회는 국제의학학술지 편집인위원회(ICMJE)의 경우 △학술적 개념·계획 혹은 자료수집이나 분석·해석 △ 논문 작성 혹은 중요한 내용 수정 △원고 최종 승인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저자로 등록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인적인 친분으로 부족한 인물을 연구자로 포함하는 것은 부당한 저자표시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학학술지 편집인위원회는 “부족한 인물을 연구자와 개인적인 친분 등으로 저자에 포함해주는 행위(선물저자)와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을 아랫사람이란 이유로 제외하는 행위(유령저자)는 부당한 저자표시”라며 “의학논문 출판윤리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학학술지 편집인위원회는 영국에 있는 출판윤리위원회(COPE)의 절차를 언급하며 친분을 이용한 부당한 저자 기재가 확인될 경우 저자 수정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이드라인은 “만약 목록에 기재된 저자가 저자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모든 저자들로부터 저자 변동 동의서를 얻고 (논문) 재검토(저자 수정)에 들어가야 한다”며 “책임저자에겐 저자 정책 기준을 따르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을 표현하고, 해당 문서를 부서장이나 행정기관 책임자에게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다른 연구자와 함께 논문에 서로 상습적으로 저자로 등록하는 행위(교환저자)와 논문 채택을 위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유명인사를 허락없이 저자에 포함하는 행위(도용저자)도 부당한 행위”라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제1저자에 대한 기준도 내놨다. 대한의학학술지 편집인위원회는 COPE의 제1저자 기준을 들어 “제1저자는 연구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조씨, 논문 제1저자로 올린 단국대 교수 “조씨 굉장한 기여” 주장···단국대, 제기된 의혹 조사절차 착수

앞서 조씨의 경우 고등학교 2학년 신분으로 2주간 연구 참여 후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 이란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등록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논문 책임저자인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라디오에서 (조 후보자 딸이) 외국 대학에 간다고 해서 그렇게(제1저자 등재) 해줬다”며 “논문 저술 과정에서도 (논문을) 영어로 쓰면서 굉장한 기여를 했다”고 재차 설명했다. 한편 이날 단국대는 조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과정의 적절성을 따지기 위한 조사위원회 구성을 결정했다. 단국대는 이날 오전 경기도 용인시 죽전캠퍼스 대학원동에서 연구윤리위원회를 비공개로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단국대 학칙에 따르면 조사위는 5명 이내의 윤리위원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통해 예비조사를 진행한 뒤 30일 이내에 본 조사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본 조사 착수가 결정되면 3분의 1 이상의 외부인사를 포함한 6명 이상의 조사위원을 구성해 90일 내로 조사를 마치고 결과를 윤리위에 보고해야 한다. 강내원 윤리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언론에서 제기된 연구 진실성에 대한 의혹들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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