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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소주성' 지키려 수십조 쏟아부었지만…자영업 몰락에 소득격차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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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결과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 역대 최악

일자리 사업에도 저소득층 근로소득은 감소

이데일리

서울 종로 번화가의 일부 빈 상점에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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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조해영 이명철 기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은 빈곤층으로 몰락했고 최저임금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하던 저소득층은 그나마 있던 일자리마저 잃고 정부 지원에 기대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폭이 완화됐음에도 불구,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소득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정부가 노동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해 발생한 부작용이란 지적이다.

◇저소득층 근로소득만 감소…세금·이자 부담 9분기째 ↑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지난 2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132만5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0.0%를 유지하며 답보 상태였다. 반면 5분위(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942만6000원으로 3.2% 늘었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전체 가구의 근로소득이 평균 4.5% 늘어났지만 1분위 근로소득은 유일하게 15.3%나 감소했다. 2분위 근로소득 역시 0.6% 증가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반면 3·4·5분위는 각각 6.2%·8.8%·4.2% 늘었다

가구원 수를 반영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1분위 처분가능소득은 1.9%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근로소득은 18.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소득 역시 41.2% 감소했다. 대신 실업급여나 아동수당 같은 사회수혜금이 포함된 공적이전소득이 33.5%나 늘면서 처분가능소득을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 고용시장에 직접 개입하면서 저소득층에서 일자리가 사라진 것을 소득분배 격차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저소득층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민간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로 1분위 근로소득은 마이너스, 월평균 소득이 답보 상태였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분위 근로소득이 15%나 감소했다는 것은 저소득층 일자리가 아예 사라졌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노동시장에 직접 개입하면서 고용에 부작용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락한 것도 1분위 근로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2~4분위에 있던 자영업자가 소득 감소로 1분위로 떨어지면서 1분위 중 근로자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9.8%로 지난해 2분기 32.6%에서 2.8%포인트(8.6% 가량) 감소했다. 자영업자는 사업체에 고용된 것이 아니므로 이들의 소득은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자영업 업황 부진으로 2~4분위 자영업자 가구가 1분위로 떨어졌다”며 “1분위 근로소득이 15.3% 감소했는데 이 중 절반 정도는 자영업 몰락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세금과 이자 같은 비(非)소비지출이 9분기 연속 늘면서 가계 부담이 더해지고 있다. 비소비지출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2분기(2.7%)부터 플러스 전환한 후 계속 증가해 올해 2분기에는 8.3% 증가한 102만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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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경기 전망 좋지 않아…일용직·영세 자영업자 직격탄”

정부는 저소득층 소득 지원을 위한 일자리 사업에만 2년간 54조원을 투자했지만 저소득층 근로소득이 감소하는 등 고용시장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은 일자리 사업이 노인 1인가구 소득 개선엔 일부 기여했지만 경기 부진으로 전체적인 효과는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정부 정책으로 인한 소득분배 효과를 알 수 있는 시장소득 기준 5분위 배율과 처분가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의 차이는 3.77배 포인트로 지난해 2분기(2.76배 포인트)보다는 늘었지만 지난 1분기(4.11배 포인트)보다는 줄었다. 대통령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1분위 중 60세 이상 고령가구의 비중이 63.8%에 달하고, 무직가구의 비중도 54.8%에 달해 취업 등을 통한 저소득층의 시장소득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이 아닌 정규직 위주로 혜택이 가면서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당장 기댈 곳 역시 정부 재정뿐이다. 확대 개편된 근로장려세제(EITC) 지급이 오는 9월로 예정돼 있고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된 일자리 사업 등이 진행되면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상영 과장은 “저소득층은 시장에서 소득 창출 개선이 더디기 때문에 정부에서 소득 보전 노력을 많이 쏟아붓고 있음에도 전체적인 소득 개선으로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고소득층도 아동수당 같은 공적연금의 혜택을 보면서 소득 격차가 커졌다”고 말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하반기 경기 전망이 좋지 않아 일용직이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들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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