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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세계와우리] 한·미 동맹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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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지지부진 속 / G2 갈등·美 우선주의 등 변수 / 한·미 동맹 방향성 재정의 필요 / 우리 국익 확보 큰 그림 그려야

한·미동맹이 이상하다. 현재 한·미동맹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여러 가지 변수가 만들어내고 있는 결과이다. 먼저 남북, 북·미 간 정상회담 이후 한·미동맹에 대한 근본적 전환에 대한 필요성이 야기되기 시작했다.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정전선언이 이뤄지게 되면 북한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존재했던 한·미동맹의 성격은 새롭게 재정의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는 기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고, 연합훈련은 중단돼 있으며, 한·미동맹의 방향성은 애매하게 놓여 있다. 북·미 양국이 서로 약속한 중·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 금지는 유지되고 있고, 남북한 간 군사합의서가 서명됐지만, 정작 우리의 안보에 위협이 될 북한의 신형 단거리미사일 발사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동맹의 목적과 이유를 재정의하는 작업이 중단됐다.

세계일보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한·미동맹에 대한 또 하나의 변수는 미·중 갈등과 함께 등장하고 있는 미국의 아시아전략에 있다. 이미 오바마 행정부 당시부터 미국은 한국이 분명한 목소리를 내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2015년 오바마·박근혜 두 정상 간 만남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한국이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국제법과 국제규범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한국의 입장에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미·중 간 갈등 상황이 전방위적으로 전개되면서 미·중 사이에서 한·미동맹의 전략적 목적은 더욱더 딜레마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미·중 간 무역갈등이 화웨이 등 기술영역으로 번져가면서 한국의 선택지는 점점 더 좁아지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이후 미국은 동맹국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발표했고, 이에 대한 한국의 입장 역시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정책이 점점 공세적으로 전개되면서 한·미동맹의 방향성에 대한 딜레마 상황이 점차 불거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도 큰 문제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양극화 현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미국우선주의를 낳았으며, 이는 한·미동맹에도 위기감을 가져다주고 있다. 우선 한·미 간 방위비 분담협상을 들여다보면 양국은 올해 3월 한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주둔비를 작년보다 8.2% 인상된 1조389억원으로 하는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문서에 서명했다. 이어 올해 미국은 한국에 주한미군 인건비와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 주한미군 운용의 직간접적 비용을 모두 합친 금액을 부담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금액은 지난 제10차 SMA에서 결정된 올해 분담금 1조389억원의 6배에 가까운 50억달러(약 6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미국의 분담금 증액 요구가 올해로 끝날지 여전히 미지수라는 점이다. 올해 한·미 간 분담금 합의가 다시 1년짜리 합의로 결론 나게 된다면, 그래서 앞으로 매년 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가지고 씨름하게 된다면, 한·미동맹은 엄청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이 같은 다양한 변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건건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대응하는 것은 당면한 과제를 임기응변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어디로 가는지 총체적으로 고민하고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동안 보이지 않는 안보협의회의(외교·국방, 2+2)를 한·미 간 개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외교·국방 장관이 모여 현 안보정세를 진단하고 이에 걸맞은 한·미동맹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지역, 글로벌 차원에서의 외교, 군사, 안보정책을 한·미 간 협의할 필요가 있다. 한·미 양국이 공유할 안보전략의 큰 그림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미국우선주의 문제도 논의돼야 한다. 한·미동맹이라는 중요한 안보기제가 우리의 국익과 걸맞은 길을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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