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오늘의시선] 조 후보자, 국민 눈높이에 맞는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 실세에 검증 칼 못 대… 의혹 봇물 / 靑 청문회 강행… 국민 우습게 보는 것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과 능력, 품위와 자질, 도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김대중정부에서 처음 도입됐다가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부터 대상을 전 국무위원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제외한 모든 청문 대상 고위공무원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되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와 관계없이 임명할 수 있다.

세계일보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


이것은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국회의 견제를 제한하는 인사청문회 제도의 근본적 한계다. 동시에 국회의 과도한 대통령 인사권 개입을 제한해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유지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청문회에 가기도 전에 수많은 의혹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면서 청와대의 부실 인사 검증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의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은 민정수석실 소관 업무다. 문재인정부 들어 민정수석실은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에 번번이 실패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그토록 비난했던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직행을 실현하려니 사실상 검증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특히 조국 전 수석은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공직 감찰,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 본연의 업무보다 사법개혁이나 한·일관계에 신경을 써왔다. 민정수석실의 직원들이 직속 상관을 검증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조 전 수석이 누군가. 대통령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권력의 핵심 실세가 아닌가. 그런 조 전 수석에게 검증의 칼을 들이댈 간 큰 직원이 있겠는가. 게다가 어차피 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와 관계없이 임명하리라는 것을 세상이 다 알고 있었으니 애당초 인사 검증을 엄격히 할 이유도 없었다.

조 후보와 그 가족에 제기된 사모펀드 투자 논란, 친·인척 간 부동산매매, 웅동학원 채무변제 회피, 위장전입, 종합소득세 늑장 납부, 딸과 관련된 병리학 논문과 부정입학 논란 등 각종 의혹은 민정수석실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면 반드시 사전에 확인될 수 있던 것들이었다. 조 후보 스스로 과거 자신은 청문회를 통과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었고, 불공정과 특권의식이 젊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고통을 주는가를 수없이 강조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외고를 다니던 자신의 딸이 2학년 때 2주간 인턴 생활을 하고는 참여 연구진이 6년여간 연구한 결과를 분석해 대한병리학회의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것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문과인 외고 졸업생이 고려대 이과계열에 수시전형으로 합격했는데도 반칙이 아니란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면접만으로 입학해서 강의도 제대로 듣지 않으면서도 두 학기 동안 800만원이 넘는 장학금을 받았다. 그 장학금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배려하는 장학금이었다. 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자마자 다음날로 환경대학원을 자퇴했고, 의전원에서는 유례없이 6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는 천재성을 발휘했다. 그것도 성적 미달로 두 번이나 낙제를 하면서 말이다. 이러고도 특혜와 특권, 반칙이 없었다고 한다면 이는 밤잠을 줄여가며 치열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학생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더 기막힌 것은 이런 조 후보자를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하고 국민이 반대하건 말건 무조건 임명하겠다는 청와대의 태도다. 과거 박근혜정부에서 국무총리에 지명됐던 문창극 후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그가 교회와 서울대에서 행한 특강 내용을 문제 삼아 친일파라 비난하고 인사청문회를 열어서는 안 된다며 낙마시켰다. 그들이 옳다면 지금 조 후보는 왜 무조건 청문회에 가야 하는가. 다른 사람에게는 한없이 엄격하면서도 자신에게는 끝없이 관대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는다면 이럴 수는 없다. 그래서 묻는다. 제기된 각종 의혹이 설령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는다고 보는가. 이런 사람이 정말 대한민국의 법치를 선도할 법무장관의 자격이 있다고 보는가.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