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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9 (수)

[로컬 프리즘] 막내린 세계 수영대회와 클럽 붕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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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경호 광주총국장


국내 최초로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지난 18일 막을 내렸다. 지난달 12일 개막식이 열린 지 38일 만의 폐막이었다. 이번 대회는 북한 불참과 사업비 부족, 스타 선수 부재라는 악재 속에서도 국내·외에서 성공적인 대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평창동계올림픽의 5.2% 수준인 사업비(2244억 원)로 역대 최대 규모의 대회를 치러낸 게 대표적이다. 경기장 곳곳에서 선수들을 도운 1631명의 자원봉사자와 운영 요원들 역시 대회 개최의 수훈갑으로 꼽힌다. 폐막 후 국제수영연맹(FINA) 측은 “역대 가장 성공적인 대회”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들도 많다. 수영대회 기간인 지난달 27일 발생한 C클럽 붕괴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C클럽에서는 불법 증·개축한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2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더구나 부상자 중 8명은 수영대회에 출전한 외국 선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직위 측을 당혹스럽게 했다.

조사 결과 C클럽 붕괴사고는 예견된 인재였던 사실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광주 서구청과 소방당국은 최근 3년간 클럽 내부의 안전성을 한 번도 점검하지 않았다. 일반음식점인 C클럽에서 춤추는 행위가 가능해진 조례 제정 과정에서의 특혜·로비 의혹과 함께 행정·소방당국의 감독 부실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고 후 광주시와 각 구청이 현장점검을 벌인 결과도 다소 충격적이다. 이들 기관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사흘 동안에만 감성·유흥주점 46곳(80건)에서 위법사항을 적발했다.

광주시는 폐막 후 “이번 대회를 통해 광주라는 도시 브랜드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는 평가를 했다. 대회 기간 전 세계에서 39억 명이 TV를 통해 광주에서 열린 수영경기를 시청한 것으로 파악돼서다. 하지만 일각에선 “클럽 붕괴사고 때문에 전 세계에 광주의 이미지가 나쁘게 알려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행정기관과 업주의 유착·로비 의혹에 대한 시민들의 오랜 불신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강도 높은 처방이 필요한 때다.

최경호 광주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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