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논문 의혹'에 부당한 논문저자표시 이슈 재점화
연구자 51% "부당한 논문저자표시 문제 심각하다"
외국 사례 참고해 명확한 법률 체계 및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빌딩으로 출근하는 길에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
지난해 연구계는 연구자들의 해외 부실학회 참가 논란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이번에는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논문저자 논란이다. 부실학회 참가에 이은 또 다른 형태의 연구윤리 문제다.
22일 한국연구재단이 지난달 발행한 ‘연구논문의 부당한 저자 표시 예방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재단 과제를 수행 중인 대학 교원 2181명을 대상으로 연구윤리 관련 부적절행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러 연구윤리 부적절행위 중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행위는 부당한 논문저자표시였다. 부당한 논문저자표시가 ‘심각한 편임’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34.6%였고 ‘매우 심각함’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16.5%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의 51.1%가 부당한 논문저자표시가 심각하다고 답한 것이다.
부당한 저자 표시는 크게 연구 프로젝트나 출판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않았음에도 저자로 표시되는 경우와 반대로 실질적인 기여를 했음에도 저자명단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 손님저자(Guest author), 선물저자(Gift author), 명예저자(Honorary author), 유령저자(Ghost author), 강요저자(Coercion authorship), 상호지원저자(Mutual support authorship), 중복저자(Duplication authorship) 등의 이름을 가진 이들이 바로 부당 저자들이다. 그러면 왜 이런 각양각색 저자인 듯 저자 아닌 저자 같은 저자가 생겨나는 걸까.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 논문의 저자와 달리 자연과학의 경우 저자는 단순히 논문을 쓴 사람이 아닌 아이디어 제공 등 실제 논문에 지적 기여를 한 사람을 포함하기 때문에 저자 등재를 두고 인식에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때론 예민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박사학위 취득이나 연구기관에서의 승진, 영년직(tenure)을 결정하는 데 논문 성과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저자 표시 기준이 명확해야 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 국제 의학학술단체인 국제의학학술지 편집인위원회(ICMJE)는 권고안을 통해 연구 구상이나 설계에 실질적인 기여 또는 연구를 위한 자료 획득·분석 또는 해석 등을 포함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저자로 정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교신저자 기준, 저자가 아닌 기여자 기준까지 마련하고 있다.
또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등은 정부가 주도해 연구진실성 관련 활동을 하고 있고, 영국은 민간 비영리법인이 주도해 연구진실성과 관련 활동을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통령령, 교육부 지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칙 등이 있으나 적용 대상이 각기 다르고 지침 대부분이 이미 발생한 연구부정행위의 조사 및 처리에 집중돼 있는 게 현실이다.
연구계는 이번 조 후보자 딸의 저자 표기 논란을 계기로 그동안 암암리에 횡행했던 부당한 논문저자표시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 지난해 와셋(WASET), 오믹스(OMICS)로 대표되는 해외 부실학회 참가 문제가 터지면서 정부와 연구계가 서둘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자정노력에 나선 것처럼 논문저자표시 문제도 차제에 심각성을 재인식하고 명확한 법률 체계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어느 분야든 일정 부분 문화지체현상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이번 기회를 연구 성과는 물론 연구문화까지 균형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전화위복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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