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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고요하고 치열한 심해의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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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
제임스 네스터 지음, 김학영 옮김/글항아리·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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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는 자동차 열쇠를 잃어버릴 일도, 테러리스트의 위협도, 신용카드 대금 연체이자 걱정도, 면접 보러 가다가 개똥을 밟을 일도 없다. 삶의 모든 스트레스와 소음 그리고 우리를 돌아버리게 만드는 잡무들은 수면 위의 일이다. 바다는, 지구에서 진정한 적막감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장소다.”

깊고 푸르고 고요한 심연. 그 속에서 경험하는 극한의 신체적 도전과 경이로운 자연과의 조우. 영화 <그랑 블루>를 통해 알려진 프리다이빙의 세계를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 취재를 위해 간 그리스 남부 칼라마타의 세계 프리다이빙 챔피언십에서 저자는 모골이 송연한 경험을 한다. 별다른 장비도 없이 카운트다운 신호와 함께 바다로 수직하강하는 선수. 선수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여느 운동 관전과 달리 순식간에 눈 앞에서 선수는 사라지고 텅빈 운동장 같은 바다 위에서 3분, 4분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긴장된 상태로 기다릴 뿐이다. 애간장이 녹아들 때쯤 불쑥 물 위로 튀어나와 호흡하는 선수를 보며 안도하는 게 끝. 아니 끝은 아니다. 선수들의 상당수는 수압과 호흡의 문제로 의식을 잃은 ‘블랙 아웃’ 상태로, 또는 코와 입에서 피를 뿜으며 물 위에 떠오른다. “죽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스포츠로 보일 지경”인 프리다이빙은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직접 프리다이버가 되어 바다에 들어가고 그리스, 푸에르토리코, 일본, 스리랑카 등을 돌아다니며 심해에 매혹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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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먼저 심해에서 어떻게 장비의 도움 없이도 생존이 가능한지 알려주는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소개한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압력에 의해 폐는 쪼그라들고 심장박동은 평상시의 절반으로 떨어진다. 더 깊이 내려가게 되면 생명의 ‘마스터스위치’-몸 속의 기관과 혈관 벽이 압력 조절 밸브처럼 작동하면서 흉강으로 혈액과 물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만드는 극적 변화-가 켜지게 된다. 다만,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몸 안에 질소 수치가 높아지면서 환각을 경험한다. 이때 통제력을 상실하면 다이버는 올라오면서 다시 신체 내부의 조건을 원래로 회복하는 데 실패해 이른바 잠수병에 걸리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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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프리다이빙의 목표가 ‘더 깊이’라는 기록에의 집착만은 아니다. 저자는 갖가지 장비로도 접근 불가능한 심해 연구작업을 프리다이버들이 어떻게 이뤄내는지도 소개한다. 2011년 인도양 모리셔스 근해의 작은 휴양 섬 레위니옹에서 갑자기 상어떼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프리다이버들은 장비의 접근이 불가능한 상어에게 다가가 몸체에 센서를 부착하고 이들의 이동경로를 파악해 사람들이 근해에 버리는 쓰레기를 먹기 위해 출몰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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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세계기록 보유자와 연구자, 해녀 등 다양한 프리다이버들을 만나면서 프리다이빙의 본질은 “지구의 은밀하고 깊은 공간의 경이로움을 탐험하기 위한 정신적인 활동”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바다에 직접 들어가 고래 등 생명체들과 교감하는 순간들은 그 위험에도 불구하고 바닷속에 뛰어들고 싶은 욕구를 일으킬 정도로 생생하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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