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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조국 딸 자소서는 '자기소설서'···거의 모든 이력 부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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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적선동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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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지난 2009년 고려대 입학 과정에서 쓴 것으로 알려진 '자기소개서(자소서)'가 청문회 쟁점으로 떠올랐다. 자소서에 등장한 논문과 인턴 등 주요 경력이 부풀려졌거나, 경력 취득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교내 활동을 제외한 거의 대다수 이력이 논란 거리로 떠올랐다. 자소서를 통상 부모들이 감수하는 관례를 감안할 때 "조 후보자가 몰랐느냐"는 질문도 나온다. 일각에선 “자기소설서로도 불리던 자기소개서의 한 사례”란 지적도 나온다. 의문이 제기되는 조씨의 자소서 경력을 둘러싼 논란을 항목별로 정리했다.

①단국대 의학논문=조씨가 한영외고 재학 중이었던 2008년,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가량 인턴을 하며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걸 둘러싼 논란이다. 논문 제목은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다. 2008년 대한병리학회에 제출해 이듬해 3월 정식으로 국내 학회지에 등재됐다.

학계에서는 고등학생이 논문 제1저자가 된 걸 두고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내 의료 분야 최고 학술기구인 대한의학회는 22일 "저자 기준에 합당한지 의심스럽다. 단국대학교 당국과 대한병리학회는 이 문제에 대하여 사실을 규명하고 의학연구 윤리의 정도(正道)를 확립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다. 단국대는 이날 조씨의 논문 제1저자 등재 과정을 검증하기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이에 지도교수였던 장영표 단국대 교수는 "호의로 1저자로 올렸다"며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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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쉐라톤팔레스호텔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긴급이사회에서 장성구(가운데) 회장 등 참석자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논문 등재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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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공주대 논문 초록(抄錄)=조씨가 한영외고 3학년 때인 2009년 8월 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조류학회에서는 초록 발표내용의 질문에 답하는 보조발표자를 맡았고 당시 초록엔 조씨가 제3발표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인턴십을 당당했던 교수가 조 후보자의 부인과 서울대 입학동기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조 후보자측은 7월 중순부터 약 3주간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또 "공식 논문이 아니고 조씨가 영어로 직접 발표해 발표요지록에 제3저자로 기재됐다. 억측과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했다.

실제론 공주대 연구실에서 본격적으로 인턴으로 하기 전부터 발표초록의 저자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교수는 "조 후보자의 딸이 먼저 연락해 인턴십이 가능하냐고 물었을 것"이라며 "본인이 일본 발표에 참여하고 싶다고 해 좋은 경험을 시켜주려고 제3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도쿄에 데리고 갔다"고 했다.

공주대 인턴시기와 조 후보의 딸이 한국물리학회(KPS) 여성위원회가 숙명여대에서 연 '여고생 물리캠프'에 참여한 시기와도 겹쳐 논란이 일었다. 물리캠프는 7월 21일부터 8월8일 사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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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여고생 물리캠프 장려상 논란=물리캠프에 참여한 조씨는 장려상을 받았다. 다른 학생 2명과 함께 ‘한영외고팀’으로 ‘나비의 날개에서 발견한 광자 결정구조의 제작 및 측정’이라는 연구과제를 수행했고, 이 과제로 장려상을 받았다.

그런데 해당 캠프에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장려상’을 시상한 해가 2009년이 유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한국물리학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8년까지 해당 캠프에서 시상한 상은 2009년을 제외하고는 총 4가지였다. 대상(물리학회장상), 금상(광운대→숙명여대총장상), 은상(여성위원회상), 동상(물리학회상) 등이다. 2005년부터 2018년 사이 2009년 조씨가 수상한 장려상이 해당 캠프에서 수여한 유일한 장려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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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WHO 인턴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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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국제기구 인턴 자격 논란=조씨는 자기소개서에 “나는 환경, 생태, 보건 등의 관심 분야의 국제적 상황을 감지하기 위하여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백신연구소’(IVI)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경험을 쌓았다”고 썼다.

그런데 WHO와 IVI의 인턴 규정과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당시 조씨는 아예 지원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WHO는 ①20세 이상 지원가능 ②졸업하기 전 대학생은 지원 불가(not eligible to apply) 등의 규정이 있다. 필리핀 마닐라의 WHO 서태평양 사무처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규정은 2009년 이전부터 계속 적용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되자 조 후보자 측은 5일(IVI), 10여일 기관 방문(WHO)을 인턴십 사례로 제공했다. 국제기구에서의 정상적 인턴십이라고 보기 어려운 프로그램들이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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