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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GSOMIA' 한·미 엇박자…안보협력까지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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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을 하자마자, 미국과 공조 전선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밝혔지만, 미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사전 조율 없이 급작스럽게 종료 결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소미아 파기를 놓고 우리 정부 내에서도 엇박자가 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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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AFP연합


23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한국이 정보공유 협정과 관련해 내린 결정을 보게 돼 실망했다(disappointed)”고 말했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양국 관계를 정확히 올바른 곳으로 되돌리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확히’라는 부분은 지소미아를 얘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 “오늘 오전 한국 측 카운터파트와 얘기했다”고 발언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종합하면, 우리 정부는 막판까지 미국과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조율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는 설명과 배치된다. 청와대는 22일 “한·일관계 문제로 인해 한·미동맹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우리 안보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지소미아와 관련해선 미국과 거의 실시간으로 소통했다”면서 “미국은 우리 정부의 이번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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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내용이 22일 오후 일본 NHK를 통해 속보로 방송되고 있다. 사진=NHK 캡쳐


일각에선 김현종 국가안보일 2차장이 지소미아 파기를 알리기 위해 22일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찾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차장은 이날 “청와대 차원에서 비건 대표에게 전달할 메시지가 있어 한시간 넘게 만났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만남 중 ‘지소미아’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고 밝혔지만, 정확히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전달하고, 미국의 이해를 구했을 수 있다. 다만 이 자리에서 비건 대표가 이해 표명을 했다고 해도 이는 비공식적 수사일 뿐, 미 정부의 공식적 입장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번 결정으로 외교라인은 물론 국방 쪽에서도 공조가 흔들릴 조짐이 보인다. 미 국방부 역시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갱신을 보류한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보낸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이스트번 대변인은 “우리는 한·일 관계 다른 영역에서의 마찰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상호 방위와 안보 관계의 온전성은 지속돼야 한다고 강력히 믿는다”고 덧붙였다.

지소미아가 없어도, 당장 우리 군이 북한 관련 동향 정보를 얻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 우리 군은 북한을 둘러썬 중요 정보 대부분을 일본이 아닌 미국으로 부터 제공받아왔다. 미국을 중심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도 아직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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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 2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가운데),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이 군사 정보 제공에 소극적일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미국이 과격한 제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지소미아 파기로 국방 부문에서 한국의 입지는 작아지게 됐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 미국을 달래기 위해 다른 요구를 들어줘야 할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국방부는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의 결정 뒤에는 “정부의 결정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며, 지소미아 종료와 관계없이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완벽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군 내부적으로는 안보에 미칠 영향 분석과 대처 방법 마련에 부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지소미아가 파기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더 중요한 건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는 했지만,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계기로 중재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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