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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WP "백악관, 이달 초 트럼프에 '내년 경제 현저히 둔화'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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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보고받고도 "경이롭다" 호언장담…모순된 발언에 "내부선 모두 불안"

美정부, 외환거래세 도입과 법인세 감면 등 논의했으나 '반영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내년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부 보고를 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기 침체 우려를 반박하며 미국 경제의 호황이 계속될 거라고 호언장담한 것과 대조되는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WP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참모들이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기 침체까지는 아니어도 내년 경제가 현저히 둔화해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재선 가도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내부 분석이 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이 같은 사실은 WP가 전·현직 행정부 관계자, 국회의원, 외부 고문 등 트럼프 대통령 및 행정부와 접촉한 25명을 상대로 한 광범위한 인터뷰를 통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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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당시 보고 내용에 대해 잘 아는 3명의 인사는 이러한 분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여러 전망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밖에서는 "경이롭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등의 수식어를 쓰며 현재 미국 경제가 견고하다고 자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미국 경제가 역동적이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고 고위급 보좌관들에게 말했다는 증언도 있다.

그러나 경기 악화를 우려케 하는 대내외 경고음이 계속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하려 한 메시지는 모순되거나 뒤섞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20일 낸 성명에서 "우리 경제는 경이롭다"고 해놓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언급한 대목에선 "우리나라에 좋든, 단기적으로는 나쁘든 해야만 하는 일"이라며 앞의 말을 뒤집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주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으나, 계속 마음이 바뀌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볼 때 과연 자신들이 제안하는 조치가 진지하게 검토될지 확신하는 참석자는 드물었다고 WP가 전했다.

행정부 관계자들이 검토한 아이디어 중에는 달러 약세를 목표로 외환거래세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 가치가 약화하면 수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교대로 맡겨 제롬 파월 연준의장을 권력을 견제하는 안도 나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과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미국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다며 추가 금리 인하 촉구와 함께 연일 파월 의장을 맹비난하고 있다.

투자 촉진을 위해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추는 안도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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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준 금리 인하를 발표하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EPA=연합뉴스]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혼란스럽고 모순된 반응을 계속 보이자 내부 관계자들이 불안해한다고 한 공화당 관계자가 밝혔다.

백악관 및 공화당 지도자들과 가까운 이 인사는 "공황까지는 아니지만, 모두가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미국 국가경제자문회의(NEC) 의장을 역임한 진 스펄링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럽고 혼란스러운 경제 접근법이 아마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위험 요인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내부에선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이러한 상황을 초래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 투자가 얼어붙었다는 점에서다.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준 당사자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중국에 문제가 있으면 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WP는 "일부 고위 보좌관들의 반대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중국산 제품에 3천억 달러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현재와 같은 경제 드라마가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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