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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굶어 죽어가는 모자에게 '가난' 증명하라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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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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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과 한국한부모연합 등 시민단체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가난 때문에 세상을 떠난 관악구 모자의 추모제'를 열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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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 서울 관악구의 임대아파트에서 북한 이주민 한 씨와 그의 여섯 살 아들은 가난 때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신이 죽어가는 것을 외치지도 못하고 아이와 함께 사라져간 엄마 앞에서 이 나라는 무엇을 해주었나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죄송하지 않기 위해 싸우겠습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과 한국한부모연합 등 시민단체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지난달 숨진 채 발견된 탈북 이주민 모자를 추모하고 가난으로 인한 죽음을 구제하지 못한 사회 시스템을 규탄하는 추모제를 열었다.

기자회견 시작 전, 세상을 떠난 관악구 모자의 넋을 기르기 위해 이삼헌 무용가가 진혼무를 했다.

기자회견장 가운데 마련된 제단에는 '故 관악구 모자’라고 적힌 위패가 올려졌다. 양옆으로는 '빈곤정책의 실패로 가난을 피해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수급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죽어간 사람들'의 위패도 같이 세워졌다. 참가자들은 하얀 국화를 손에 든 채 슬픈 표정으로 두 모자의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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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시작 전, 세상을 떠난 관악구 모자의 넋을 기르기 위해 이삼헌 무용가가 진혼무를 하는 모습.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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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뒤에 반복하는 지긋지긋한 변명, 가난한 이들을 완전히 기만"

이날 첫 발언자로 나선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은 "얼마 전에 뉴스를 접하고 사실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는 한 줄이 보도에서 가장 눈에 먼저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뇌전증을 가졌다고 유치원에서 거절당했다는 말에 분노와 좌절을 느꼈다"며 "장애가 있던 없던 유치원에 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뇌전증은 발작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 인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만성화된 질환군을 말한다.

다음으로 발언한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은 발언에서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이면서 저출산을 위해 13년간 15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 대한민국에서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면서 "이들의 사인이 '아사’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2014년 전 재산 70만 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잊혀지기도 전에 황망한 참사와 마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사무국장은 "이들이 숨진 채 발견됐을 때는 16만 4000원의 월세가 16개월이나 밀린 상태였지만, 그동안 집 현관문을 두드린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굶어 죽어가면서도 직접 신청하지 않으면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게 우리나라다"라고 꼬집었다.

덧붙여 그는 "정부는 '신청할 수 있는 복지제도가 있었는데, 신청하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있다"면서 "빈곤으로 인한 사망이 있을 때마다 반복하는 이 지긋지긋한 변명은 가난한 이들을 완전히 기만하는 말"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기초생활수급과정 간소화 임의로 서류를 요구하는 것 금지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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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이 발언하는 모습.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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