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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전주 노후 여인숙 화재 참사는 60대 인근 주민에 의한 ‘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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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지난 19일 오전 4시쯤 전북 전주시 노송동 한 여인숙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주 노후 여인숙 화재 사고는 방화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인근 지역에 사는 60대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체포해 조사하고 있으나,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21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로 김모(62)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9일 오전 4시쯤 자신의 주거지에서 직선거리로 5㎞가량 떨어진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 노후 여인숙을 찾아 불을 지르고 달아나 투숙객 3명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투숙객은 6.6㎡ 규모의 달방에서 잠을 자던 김모(83·여)씨와 태모(76·남)씨, 손모(72·여)씨 등이다. 이들은 가족 등과 떨어져 홀로 이 여인숙 6.6㎡ 크기의 방에서 보증금 없이 월세 12만원을 내는 달방 생활을 하며 폐지, 고철 등을 모아 내다 팔아 어렵게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찰은 화재 발생 당시 슬레이트 지붕에 나무와 벽돌 등으로 지은 여인숙 건물이 48년이 되면서 낡고 노후하고, 객실 내부에서 취사에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발견된 점 등이 화재와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주변 목격자들을 수소문한 결과 “여인숙 좌우 두 곳에서 불길이 치솟았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 방화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자료를 확보해 화재 사건 당일 여인숙 앞 좁은 골목길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여인숙 앞 골목은 90m 정도여서 자전거로 1분이면 지날 수 있지만, 김씨가 이곳에 수 분간 머무르다 빠져나간 뒤 약 5분 뒤 여인숙에 불길이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여인숙에서 5㎞가량 떨어진 전주 북부 송천동에 거주하고 있으며 화재 사건 당일 자택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찾았고, 화재 뒤 다시 귀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또 화재 뒤 현장을 다시 찾은 모습도 확인됐다.

김씨는 경찰에서 “내가 불을 지르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는 방화 전력이 있으며 정신질환이나 분노조절 장애 등 병력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향후 조사와 수사를 통해 범행 이유와 수법 등이 확인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 노송동 여인숙 화재는 지난 19일 오전 4시쯤 갑자기 발생했다. 119소방서는 펌프차 등 장비 30대와 인력 86명을 동원해 신속히 진화작업을 벌였으나, 뒤늦게 신고 접수가 된 데다 건물이 낡고 오래돼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이 난 여인숙은 연면적 73㎡ 규모로 1972년 개업한 이후 올해로 48년째 운영해왔으며 방 11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였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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