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이견 해소→ 강한 우려·실망, 美 ‘강한 논평’…日 물밑 요청 있었을 수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조야 “동북아 안보 공조 균열 … 북·중·러만 웃을 것” / 한국정부 결정에 불만 팽배한 美 / 볼턴·에스퍼 등 ‘지소미아 유지’ 설파 / 예상 밖 종료 결정에 체면만 구긴 셈 / 일각 “韓, 사실상 3각 공조 탈퇴 선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놓고 불만을 나타냈다. 미국 정부의 바람과는 다른 결정이 이뤄지면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한 동북아 전략의 틀이 흔들리게 됐다는 당혹감이 엿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몇 시간 만에 ‘불만 수위’를 끌어올린 입장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날 오전 국방부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한·일 양국이 이견 해소를 위해 협력하길 권장한다”고 했다가, 오후 들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하며 “한·일과 가능한 분야에서 양자·3자의 국방·안보협력을 계속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수정한 것이다.

세계일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AFP연합


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한국 결정에 실망했다”고 언급한 데 이어 국무부도 논평에서 우려와 실망을 나타내며 “문재인정부의 결정은 미국과 우리 동맹의 안보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쐐기를 박았다.

미국의 이같은 반응은 이번 결정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미국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최근 방한한 고위당국자들을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지소미아 유지’를 설파했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 결론이 나면서 체면만 구긴 셈이 됐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오전 30여분간 정경두 국방장관과 통화하면서 ‘한국 정부의 여러 노력에도 일본이 무성의하게 나와 불가피하게 종료 결정을 하게 됐다’는 설명을 들었으나,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나타내면서 한·미·일 안보협력 유지를 위한 소통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정부가 미국과 충분한 교감을 거쳐 사전 양해를 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 정부 소식통이 ‘이번 결정을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 설명을 전면 부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측 입장이 반나절 만에 판이하게 바뀐 것은 각 부처가 일치된 입장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기보다는, 적어도 폼페이오 장관 이상의 고위급이 ‘강한 반응’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그사이 일본 측의 ‘물밑 요청’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조야에서는 이번 결정이 동북아 안보 공조체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한·미 동맹 약화로 이어지면 북한과 중국, 러시아만 미소 짓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이날 ‘미국의소리’(VOA)방송에 “이번 결정으로 70년간 역내 번영과 안정을 이끈 한·미·일 공조체제가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며 “향후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동맹의 해체를 더 적극적으로 공략할 빌미를 줬다”고 평가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3각 공조체제에서 사실상 탈퇴를 선언한 것”이라며 “미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종료를 발표한 데 대해 워싱턴의 고위당국자들이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파괴무기 정책 조정관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결정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오로지 북한뿐”이라며 미국의 적극적인 한·일 중재 노력을 촉구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날 3박4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마주친 비건 대표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느냐’는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엄형준 기자 sisleyj@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